“비켜줄래? 비두카”… 이동국 미들즈브러 입단 확정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코멘트
포항 스틸러스가 이적료를 포기하기로 미들즈브러와 23일 합의함에 따라 이동국(28)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확정됐다.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베르더 브레멘에 6개월간 임대로 가 있을 때 적응에 실패한 뒤 6년 만의 해외 진출이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설기현(레딩 FC)에 이어 네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 이동국의 이적에 따른 궁금증을 알아본다.

■ 이적료 포기 국내 복귀할 땐 ‘포항 컴백’ 조건

이적료는 없다. 포항은 150만 유로(약 18억 원)를 요구했지만 미들즈브러는 이동국과 포항의 계약 기간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포항은 “꼭 가야겠다”는 이동국의 의사를 존중해 이적료를 포기했다. 대신 국내로 복귀할 때는 포항으로 와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동국이 현지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때는 포항과 미들즈브러가 이적료를 5 대 5로 나눈다. 이동국의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다.

■ 프리미어리그 통할까 몸싸움 치열… 골 결정력으로 커버해야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4대 리그 중 스피드가 가장 빠르고 몸싸움도 치열하다. 반면 이동국은 골 결정력은 뛰어나지만 스피드가 떨어지고 몸싸움을 꺼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이동국이 과거처럼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 등 많이 뛰지 않는다면 벤치만 지키다 K리그로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동국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뤼트 판 니스텔로이처럼 스피드가 떨어지는 단점을 확실한 골 결정력으로 커버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와 달리 미드필드와 좌우 날개가 탄탄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한다면 오히려 날개를 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문선 한국축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 선수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체격(185cm, 80kg)에 특유의 골 감각을 살리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6 대 2 포지션 경쟁 호주 출신 비두카와 주전경쟁 벌일 듯

미들즈브러에는 5명의 공격수가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이예그베니 야쿠부는 확실한 풀타임 주전. 호주 출신 마크 비두카(작은 사진)가 투톱의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제이슨 유얼이 뒤를 받치고 있다. 따라서 이동국은 야쿠부보다는 비두카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두카는 몸싸움과 슈팅이 일품인 32세의 베테랑이나 체력이 떨어진다.

이동국으로선 지난해 4월 무릎을 다쳐 7개월간 수술과 재활을 거친 터라 경기 감각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포항 시절(2001∼2002년) 이동국을 지도했던 최순호 현대미포조선 감독은 “축구 스타일을 확 바꿔야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성 이영표가 기술이 떨어지지만 적극적인 플레이로 인정받듯 이동국도 “눈에 불을 켜고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 미들즈브러는… 3년 전 칼링컵 우승… ‘도깨비 팀’으로 불려

잉글랜드 클리블랜드 주의 철강도시 미들즈브러를 연고로 한다. 애칭은 ‘보로(boro)’. 1876년 미들즈브러 크리켓 선수들이 축구팀을 만든 것이 유래. 오랜 역사에 비해 성적이 신통치 않아 1부와 2부 리그를 오갔다.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해 ‘도깨비 팀’으로 불린다. 23년째 프리미어리그에 있지만 2003∼2004시즌 칼링컵에서 정상에 오른 게 최고 성적. 1986년 재정 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자 ‘보로’의 오랜 팬인 스티브 깁슨이 인수해 엄청난 돈을 투자한 끝에 부활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