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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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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경기 김포시 통진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꾀돌이’ 김두현(24·성남 일화).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지능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리드하는 미드필더로 관심을 모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호화군단’ 수원에는 경쟁해야 할 상대가 너무 많았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니 2002 한일 월드컵이 낳은 스타인 ‘진공청소기’ 김남일이 이듬해 초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적해 오는 바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또 날아갔다. 감독의 지도 스타일도 그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2005년 6월 수원을 떠나 성남으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그러자 날개를 단 듯 플레이가 살아났다. 2005년 수원에서 9경기를 뛰고 성남으로 옮겨 21경기를 뛰었다.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김학범 감독의 스타일과도 딱 맞았다. 그때부터 그라운드는 그의 세상이 됐다.
김두현은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2006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유효표 71표 중 66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팀을 옮긴 지 1년 반 만에 성남을 정상에 올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MVP 상금은 1000만 원. 2위는 3표를 얻은 이관우(수원).
김두현은 2006 독일 월드컵 멤버로 대표팀 경기를 소화하느라 시간이 없었지만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8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 전남과 수원을 거쳐 성남에서 뛰는 브라질 용병 이따마르는 그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골문을 파고들 때 타이밍을 맞춰 찔러 주는 패스는 최고”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현이는 경기를 읽는 감각이 뛰어나고 적시에 찔러 주는 패스가 으뜸”이라고 평가했다.
김두현은 올 시즌 K리그에서는 빛났지만 국가대표로는 별 볼일이 없었다. 그는 “실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월드컵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것.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4위.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애늙은이’라고 부른다. 젊은 피에 귀여운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지만 말이 없고 조용한 스타일. 대표팀과 팀 관계자들은 “겉보기와는 다르다. 스타인데도 튀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한다. 또래보다는 김상식과 김영철 등 대선배들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몸싸움과 수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볼을 영리하게 차서 그렇지 몸싸움도 잘하고 수비력도 좋다”는 게 주위의 평가.
그의 꿈은 유럽에서 뛰는 것이다. 2007년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뒤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두현은 “몸값은 중요하지 않다. 내 축구 인생의 미래를 위해 (박)지성이 형과 (이)영표 형처럼 유럽에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두현은…
생년월일: 1982년 7월 14일 / 체격: 176cm, 72kg / 포지션: 미드필더 / 100m 기록: 12초 / 가족 사항: 1남1녀 중 장남 / 프로 데뷔: 2001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 / 별명:꾀돌이 / 출신교: 동두천초-통진중-통진종고 / 좌우명: 나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생활하자 / 주요 경력: 1998년 16세 이하 청소년대표, 1999년 17세 이하 청소년대표, 2004년 올림픽대표, 2006년 월드컵대표 / 수상: 1997년 추계중고축구대회 MVP, 2004∼2006년 K리그 베스트 11
▼신인상은 전북 염기훈▼
염기훈은 53표를 얻어 장남석(15표·대구 FC)을 제치고 신인상과 상금 500만 원을 받았다. 염기훈은 31경기에 출전해 7득점과 5도움을 올렸고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공헌했다. ‘왼발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답게 왼발 슈팅과 측면 돌파가 일품.
2006 K리그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감독=김학범(성남) ▽특별상=김병지(FC 서울) 최은성(대전 시티즌) 이정래(경남 FC) ▽득점 △컵대회: 최성국(울산 현대·8골) △정규리그: 우성용(성남·16골) ▽베스트 11 GK=박호진(수원 삼성) DF=마토(수원) 김영철(성남) 장학영(성남) 최진철(전북) MF=김두현(성남) 이관우(수원) 백지훈(수원) 뽀뽀(부산 아이파크·현 경남) FW=우성용(성남) 김은중(서울) ▽심판=이영철(주심) 안상기(부심) ▽페어플레이=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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