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독거미' 자넷 리 VS '작은 마녀' 김가영

  • 입력 2006년 9월 1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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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자 당구계의 대 스타인 '검은 독거미' 자넷 리(35)와 '작은 마녀' 김가영(23). 이들이 13일 국내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만났다.

둘은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 특설무대에서 열린 묘기 당구 경기인 '트릭샷 매직 챌린지'를 시작으로 14일 '엠프리스컵', 16~17일 '강원랜드컵 포켓볼 한미 국가대항전'까지 3개 대회 연속으로 함께 경기한다.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에겐 승부보다는 오랜 만에 한국을 찾은 기쁨이 더 커 보였다.

한국계인 자넷 리는 올 초 한국을 잠시 다녀가긴 했지만 국내에서 경기를 하기는 1997년 '북한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자선경기' 이후 9년 만. 남편 조지 브리드러브(40), 딸 미소(2) 양과 동행했다. 가족의 한국 방문은 처음.

'검은 독거미'라는 별명답게 가슴이 깊게 파인 검은 색 셔츠에 바지 차림의 그는 환하게 웃으며 "한국 팬들 앞에 다시 서게 돼 기쁘다. 남편과 딸에게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같이 왔다"고 말했다.

2002년 아시아의 당구 강국인 대만으로 유학 간 뒤 대만과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김가영도 이번 대회를 위해 전날 귀국했다.

자넷 리는 김가영을 많이 칭찬했다. "그를 어릴 때부터 봐 왔고 우린 친구 사이"라고 하면서 "1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 속도가 빠른 대단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자넷 리를 언니라고 부르는 김가영은 "인천 용현여중 2학년 때인 1997년 언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함께 경기를 해봤다. 그 때 너무 노련하고 여유가 있어 보여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당시 자넷 리는 최고의 전성기 때였다. 1990년대 대부분을 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 1위를 달렸으니까. 하지만 '선천성 척추측곡 질환(척추가 옆으로 휘는 병)'을 앓고 있는 그는 4년 간 5차례 대수술을 받았고 그 여파로 최근 8개월 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현재 WPBA 랭킹은 7위로 떨어져 있다.

반면 자넷 리를 보고 감탄했던 중학교 2학년 소녀는 이제 자넷 리와 같은 키(170cm)의 훤칠한 숙녀로 변했다. WPBA 랭킹도 4위로 오히려 더 높다. 2004년과 올해 열린 나인볼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 세계포켓볼협회(WPA) 랭킹은 올 3월부터 1위를 지키고 있다. WPBA 랭킹은 WPBA에서 인정하는 프로 투어 대회에서의 성적만으로 내는 랭킹으로 WPA랭킹과는 조금 다르다.

김가영은 "제2의 자넷 리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언니보다 내가 훨씬 공격적"이라며 "나만의 스타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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