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李 보는 재미…승엽, 전반기 30홈런 넘길 듯

  • 입력 2006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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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홈런(29개)과 득점(70점) 1위, 최다안타(109개) 공동 1위, 타율(0.326) 2위, 타점(64점) 4위….

이승엽의 놀라운 성적표.

요미우리는 ‘승짱’ 덕에 산다.》

7점차 열세를 딛고 일군 11-9 대역전승. 그것도 팀의 9연패를 끊는 귀중한 승리.

16일자 일본의 신문들은 요미우리가 15일 야쿠르트를 상대로 거둔 7점차 역전승을 대서특필했다. 그중 요미우리신문의 자매지인 스포츠호치는 “승짱(이승엽의 애칭)이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문구로 글을 맺었다.

그만큼 4번 타자 이승엽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이승엽은 시즌 29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홈런으로 이승엽은 한일 통산 400홈런에 단 3개차로 다가섰다. 경기 최우수선수(MVP) 역시 이승엽의 차지.

산술적으로 이승엽은 올 시즌 48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유의 몰아치기가 나온다면 꿈의 50홈런 돌파도 가능하다.

○주전 잇단 부상에도 꿋꿋이 페이스 지켜

홈런(29개)과 득점(70점) 1위, 최다안타(109개) 공동 1위, 타율(0.326) 2위, 타점(64점) 4위….

16일 현재 이승엽의 성적표다. 이승엽은 16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도 3회 깨끗한 좌중간 2루타를 쳤고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요미우리는 4-3으로 승리해 2주 만에 연승을 달렸다.

이승엽은 이날까지 팀이 치른 88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에만 결장했다.

팀이 선두에서 5위까지 추락하는 동안 다카하시 요시노부, 고쿠보 히로키 등 주축 타자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있지만 이승엽만은 굳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이뿐만 아니다. 팀이 연패에 빠지는 동안 요미우리 타선은 극심한 빈타에 시달렸지만 이승엽만은 고군분투했다. 이제 팬들 사이에서 이승엽 없는 요미우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 됐다.

○‘좌완 징크스’ 깨고 몸쪽 공 약점도 극복

작년 시즌 후 이승엽이 퍼시픽리그 롯데를 떠나 센트럴리그 요미우리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센트럴리그에는 뛰어난 왼손 투수가 많고, 볼 배합과 구위 역시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 요미우리에 대한 상대팀들의 극심한 견제도 예상됐다.

‘야후 저팬’의 선수 소개에도 이승엽의 성공 여부는 왼손 투수 공략에 달려 있다고 되어 있다. 이승엽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던 보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은 왼손 투수가 나오면 이승엽을 빼는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러나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이승엽을 믿었고, 이승엽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이승엽은 16일 현재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16을,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더 높은 0.344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도 10개나 쳐 내며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또 지난 2년간 일본 투수들의 볼 배합에 약점을 드러냈던 이승엽은 올해는 완전히 이를 역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승엽은 초구를 노려 쳐 무려 11개의 홈런에 타율 0.600(45타수 27안타)을 기록 중이다.

겨우내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불리고 스윙 스피드를 높인 덕분에 집요한 몸쪽 공략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ML서 3년간 2100만달러 가능” 美칼럼니스트

아직 전반기도 채 끝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끊임없이 이승엽과 관련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제프 사판 씨는 15일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이승엽에 대해 3년간 2100만 달러(약 199억5000만 원)를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는 요미우리 4번 타자 출신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던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받았던 것과 똑같은 금액이다. 사판 씨는 “이승엽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다 홈런(5개)을 친 선수다. 2003년엔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개를 쳤고 올해도 일본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썼다.

이승엽은 3년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으나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액수’를 제시받고 일본으로 방향 전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편 명가 재건을 꿈꾸는 요미우리 역시 이승엽의 잔류를 바라고 있어 이승엽은 시즌 후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승엽 통산홈런 ‘400-3’… 세계수준 우뚝

미국에 행크 애런(전 밀워키), 일본에 오사다하루(소프트뱅크 감독)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승엽이 있다. 셋은 각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들. 애런은 755개, 오사다하루는 868개의 통산 홈런을 쳤다.

한국 프로야구 삼성에서 324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2004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15일까지 73개의 홈런을 쳐 모두 39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대망의 400홈런까지 남은 개수는 단 3개.

이승엽은 프로 3년차이던 1997년 32개의 홈런을 친 후 2003년까지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2003년에는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일본 진출 첫해 14홈런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2005년 30홈런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올해는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30홈런에 육박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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