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파벌 다르면 밥도 따로 먹고 서로 말도 안해”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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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렸던 2006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이 보여준 ‘파벌의 골’은 정도가 심각했다.

대표팀 2명의 코치는 남녀 계주의 작전 권한만 나눠가졌을 뿐 실질적으로 성별이 아니라 학연에 따라 선수들을 맡아 지도했다. 한국체대 출신인 박세우 코치는 한국체대 재학생 4명을, 한국체대 출신이 아닌 송재근 코치가 나머지 6명을 지도하는 식이었다.

선수들은 같은 팀이 아니면 밥도 따로 먹고 서로 대화도 없었다. 코치들은 ‘다른 팀’ 선수가 몇 호실에 묵고 있는지도 몰랐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진선유가 넘어지면서 다쳐 인근 병원에 실려 갈 때도 단 한 명의 코치만 동행했다.

선수들의 관계도 바뀌었다. 안현수와 이호석은 신목고 1년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에 선수촌에서 한 방을 썼던 친한 사이였지만 현재는 이호석이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서먹서먹하다”고 말할 정도로 달라졌다.

안현수도 5일 대학 선배 이모 씨의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같은 시간에 운동하면서도 (선수들끼리) 말 한마디 없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표팀 내 파벌의 주체는 단순히 ‘한국체대’와 ‘비(非)한국체대’는 아니다. 과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었던 J 씨와 Y 씨가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세를 불렸고 이 두 그룹이 빙상계의 주도권을 잡는 데 대표팀을 ‘무대’로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선수 부모까지 가세해 연맹에 입김을 행사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파벌 싸움’의 문제점에 대해선 누구나 동의하지만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연맹은 지난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인사로 대표팀 지도부를 구성하려고 했으나 선수 부모들의 심한 반대로 실패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맹의 두 관계자는 “연맹이 대표단 선발 규정부터 명문화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투명하게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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