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파벌 훈련’ 시한폭탄 터졌다

  • 입력 2006년 4월 3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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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제가 됐던 쇼트트랙대표팀 내 '파벌 훈련'의 시한폭탄이 결국 한 달 뒤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터졌다.

3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매리우치 아레나에서 열린 2006 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 최종일 남자 3000m 슈퍼파이널 결승.

종합점수 상위 8명까지 출전하는 이 경기에서 한국은 안현수(한국체대) 이호석(경희대) 오세종(동두천시청)이 출전했다.

경기는 예상대로 한국의 독주. 레이스 종반에 안현수와 이호석이 다른 선수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1, 2위를 형성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도 우승하지 못했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2위이던 안현수가 선두 이호석의 안쪽 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다가 막히자 이호석의 등을 밀었고 이호석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경기가 끝난 뒤 '푸싱(밀기)' 반칙으로 실격됐다.

이는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는 현 대표팀의 문제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두 선수는 각기 다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1500m, 1000m 결승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며 비록 1,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여러 차례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말부터 박세우 코치가 안현수 최은경 전다혜 강윤미(이상 한국체대)를 지도하고 송재근 코치가 오세종(동두천시청) 송석우(전북도청) 서호진 이호석(이상 경희대), 진선유(광문고) 변천사(한국체대)를 나눠 지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느 코치의 지도를 받느냐에 따라 훈련을 물론 작전 지시도 따로 받았고 밥도 따로 먹었다. 두 팀의 선수들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선 '국위선양'이라는 명분 아래 뭉쳤지만 일시적이었다.

이호석은 이날 3000m에서의 불상사에 대해 "만일 같은 팀 선수였다면 서로 그렇게 무리한 레이스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파벌 간의 경쟁심이 과열됐음을 시인했다.

국제빙상연맹(ISU) 임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편해강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도 "하나의 팀으로 운영됐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남자 1000m에서 1, 2위를 차지한 안현수와 이호석이 각각 총점 68점과 60점으로 대회 남자개인종합 1, 2위에 올랐다. 안현수는 4년 연속 개인종합 1위.

여자부에선 진선유가 대회 첫날 여자 1500m에 이어 1000m, 3000m 슈퍼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하며 총점 102점으로 중국의 왕멍(97점)을 따돌리고 개인종합 1위에 올랐다.

미니애폴리스=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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