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자메이카 캠벨 女 200m 우승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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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의 恨 내가 풀었다”

자메이카 출신의 ‘흑진주’ 멀린 오티(44)를 흠모하던 한 소녀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자메이카의 새로운 별’이 됐다. 26일 열린 육상 여자 200m 금메달리스트 베로니카 캠벨(22·자메이카)이 그 주인공.

오티의 나이에서 정확히 절반인 캠벨은 이날 결선에서 22초05로 골인해 우승후보였던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18·22초18·세계 주니어 신기록)를 제치고 우승하며 100m 동메달에 이은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1m63, 61kg으로 역도선수를 연상시킬 만큼 탄탄한 체격을 갖춘 캠벨이 우승하자 자메이카는 흥분의 도가니. 1976 몬트리올 올림픽(남자 200m 금메달 도널드 커리) 이후 끊겼던 금맥을 28년 만에 이었고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조국에 안긴 것.

첫 메달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아사파 포웰(남자 100m)의 부진으로 낙담했던 자메이카 국민은 캠벨의 우승 소식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형제가 10명이나 되는 캠벨을 육상으로 이끈 사람은 고교 육상선수 출신인 아버지 세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에 품은 스승은 자메이카가 낳은 세계적인 스프린터 오티였다. TV를 통해 오티의 뛰는 모습을 보며 달리기를 배운 캠벨은 2000 세계 주니어 육상선수권대회 100m와 200m에서 우승하며 자메이카의 단거리 대표주자로 급부상했고 2000 시드니 올림픽 400m 계주에서 오티와 한 팀을 이뤄 은메달을 합작했다.

캠벨은 누구도 예상 못한 금메달을 따, 시드니 올림픽 직후 슬로베니아로 귀화해 이번 대회까지 통산 7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섰지만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고 은퇴하는 ‘정신적 스승’ 오티의 한까지 말끔히 풀었다. 미국 아칸소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 중.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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