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꼴찌’ 서울大 야구팀서 도루왕 탄생

  • 입력 2004년 7월 20일 02시 14분


순수 아마추어 대학팀 서울대 야구선수가 19일 동대문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대통령배 전국대학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인상을 수상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서울대 법대 졸업반 김영태씨(23·사진). 미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봉중근(24·신시내티 레즈)과 초중학교 동기인 그는 서울대가 7일 연세대와의 1회전에서 0-12로 대패해 1경기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이날 안타 2개에 이어 2루를 2번이나 훔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도루 2개를 기록한 선수는 많았지만 3타수 2안타로 타율(0.667)이 가장 높은 그에게 도루상의 영예가 돌아간 것. 서울대야구팀은 창단 후 28년간 국내에선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김씨는 중학 때까지만 해도 유격수로서 에이스 봉중근과 함께 신일중을 최강으로 이끌었던 선수. 하지만 경기고 진학 후 잦은 부상을 당하면서 직업 선수로서의 꿈을 접었다. 이후 그는 책과 씨름한 끝에 꼴찌에서 맴돌던 성적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3번째 도전 끝에 전국 석차 0.05% 안에 드는 성적으로 2001년 서울대 법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김씨의 드라마 같은 삶은 지난해 10월 19일자 ‘으라차차! 수능 역전, 선배 5인의 필승 쾌도난담’이란 동아일보 위크엔드판 기획기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대도(大盜) 리키 핸더슨을 존경한다”는 김씨. 그가 이룬 꿈★이 또 한번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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