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지은 1.8m V퍼팅 “아∼꿈꾸던 순간”…‘메이저 퀸 첫 등극’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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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예스, 예스!”

9m짜리 이글퍼팅이 홀 컵에 떨어지는 순간 송아리(18·빈폴골프)는 갤러리의 기립박수 속에 우승이라도 한 듯 세 차례나 포효하며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순간 박지은(25·나이키골프)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18번홀 그린에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승을 확신한 듯 활짝 웃으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던 그였다. 2타차 리드에서 10언더파로 동타가 될 줄이야…. 만약 실수한다면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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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

하지만 박지은은 침착했다. 두 번, 세 번 라이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어드레스에 들어간 그는 1.8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천천히 두 팔을 치켜들고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만끽했다.

다음은 우승 세리머니. 나비스코 챔피언십 전통에 따라 박지은은 캐디와 함께 ‘풍덩’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늘 이 순간을 꿈꿔 왔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최종라운드는 막판까지 땀을 쥐게 만든 명승부.

전반 3번 홀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은 박지은은 ‘버디퀸’이라는 별명답게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로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하며 9언더파로 2위 그룹인 송아리와 캐리 웹(호주)에게 2타차로 앞섰다.

박지은은 15번 홀(파4) 러프에서 친 세컨드 샷이 나무에 맞고 떨어지는 등 네 번째 샷 만에 간신히 그린에 올렸으나 원 퍼팅으로 마무리, 더블보기의 위기를 보기로 막은 게 승리로 이어졌다.

반면 송아리는 홀 1∼2cm 앞에서 멈춘 16번 홀 파퍼팅과 17번 홀 버디퍼팅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었다”며 만족했다.

‘천재소녀’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15)는 1언더파를 보태며 4위(7언더파 281타)에 올라 ‘톱 5’안에 들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했고 김미현(KTF)도 7위(5언더파 283타)로 ‘톱 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박세리(CJ·공동 16위)와 단일 시즌 그랜드슬램의 야망에 불탔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공동 13위)의 꿈은 무산됐다. 한편 이날 열린 LPGA 2부 투어에서도 한국 선수인 강지민과 이선화(이상 CJ)가 각각 8언더파 208타와 7언더파 209타로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해 29일 LPGA 투어는 온통 ‘한국인 잔치’가 됐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박지은 우승소감 “마지막 퍼팅때 아기처럼 떨었죠”

“아기처럼 덜덜 떨렸어요.”

우승 퍼팅 직후 현지 방송사와의 즉석 인터뷰에서 박지은은 양손을 흔들며 “정말 떨렸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18 번홀 옆 연못에 빠지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난 뒤 대회 공식 홈페이지와 나눈 일문일답.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된 소감은….

“어떻게 경기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이겼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마지막 홀에서 송아리가 이글퍼트를 성공시켰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그가 퍼팅하기 전 꼭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볼이 홀컵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고 내 1.8m 퍼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퍼팅을 할 때 무릎과 팔, 몸 전체가 떨렸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18번홀 상황을 설명해 달라.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뒤 핀까지 송아리는 210야드, 난 199야드를 남기고 있었다. 송아리가 투온을 노릴 줄 알았다. 앞에 연못이 있었기 때문에 (2타 앞선) 난 무리할 필요가 없어 웨지로 레이업 했다. 다음엔 샌드웨지로 핀 1.8m에 붙일 수 있었다.”

―우승해서 연못에 뛰어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는데….

“이 대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부터 항상 연못에 뛰어드는 꿈을 꿨다. 지난해 캐디(데이비드 부커)와 ‘우승하면 같이 손잡고 연못에 점프하자’고 약속했다. 그린에서부터 연못까지 거리가 너무 짧아 도움닫기를 제대로 못하고 다리가 먼저 들어갔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고 싶다. 내일은 하루 푹 쉬겠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순위
순위선수스코어
박지은-11277(72-69-67-69)
송아리-10278(66-73-69-70)
캐리 웹-9279(68-71-71-69)
미셸 위-7281(69-72-69-71)
김미현-5283(71-70-71-71)
이정연-4284(69-69-71-75)
김초롱-4284(72-72-70-70)
아니카 소렌스탐-3285(71-76-69-69)
한희원-3285(72-71-71-71)
○16박세리-2286(72-73-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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