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응원 대형사고 아찔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29분


▼경찰 비상통로 확보키로▼

“밀지 말아요, 사람 다쳐요!”

한국-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8강전이 열린 22일 160만명의 인파가 몰려든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 곳곳에서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독일전이 벌어지는 25일에는 획기적인 안전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아침 8시경부터 시청 앞에 도착한 이경률(李京律·27·여)씨는 “시청 앞 광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 통제에 따라 3시간여 줄을 섰으나 갑자기 통제가 무너지면서 인파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방에서 고함과 비명이 들렸지만 중심을 잡을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 앞 거리응원에 참석했던 대학생 김모양(19)은 “이리저리 밀리다가 휴대전화기를 떨어뜨렸는데 몸을 굽혔다가는 밟혀죽을 것 같아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나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비상통로조차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경기시작 전 서대문역에서 세종로 네거리에 있는 회사로 가려 했던 서무환(徐武煥·30)씨는 “응원단이 차도는 물론이고 인도에도 진을 치고 앉아 있어 보행자와 응원단이 뒤엉키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빤히 보이는 회사에 도착하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며 “최소한의 보행 통로는 확보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이날 부모를 따라나온 어린이들이 만원 전철보다 더한 혼잡 속에서 어른들의 몸 사이에 끼여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상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여러 문제들이 있었으나 25일은 비상통로를 꼭 확보할 예정이고 낮부터 진행돼온 공연 등 이벤트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9안전요원 5000여명 배치▼

서울시는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이 열리는 25일 사상 최대 규모의 거리 응원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월드컵 기간 중 가장 많은 ‘119 안전요원’을 거리 곳곳에 배치키로 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한국-독일전이 열리는 25일 소방관 3177명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시청 앞, 광화문 일대 등 시내 19곳(경기장 1, 응원장 15, 불꽃행사장 3곳)에 배치하고 1781명은 긴급출동을 위한 대기를 명령하는 등 전체 소방관 4958명을 비상근무에 투입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119구급차 등 긴급 차량도 종전 142대에서 172대로 늘려 배치키로 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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