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파워축구’ 우승후보 잡다

  • 입력 2002년 6월 15일 00시 04분


14일 한국의 박지성(中)이 포르투갈의 콘세이상(左)을 따돌리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결승골로 이어진 왼발 강슛을 날리고 있다. 인천 로이터뉴시스
14일 한국의 박지성(中)이 포르투갈의 콘세이상(左)을 따돌리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결승골로 이어진 왼발 강슛을 날리고 있다. 인천 로이터뉴시스

전광판의 시계는 자꾸만 흘러갔다. 5만여 스탠드를 붉게 물들인 홈 관중의 맥박도 점점 더 가빠지기 시작했다.

골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 초조하게 동점골을 기다리던 미국전 때와는 달리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다시 한번 전광판을 쳐다본 순간 관중의 함성은 천둥이 되어 밤하늘을 갈랐다.

후반 25분이었다. 이영표의 센터링을 골지역 오른쪽에 있던 박지성이 오른발 페인팅으로 공을 한번 튀겨 콘세이상을 제치고 다시 왼발로 차넣어 기어코 골네트를 갈랐다. 세계 랭킹 40위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세계 5위 포르투갈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안정환이 원톱 선발로 깜짝 출전한 가운데 부상에서 회복한 박지성, 이영표가 피구와 콘세이상이 버틴 포르투갈과의 측면 대결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는 체력과 스피드로 기염을 토했고 김남일, 유상철이 버틴 중앙 미드필드도 주도권을 장악했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포르투갈은 한국의 강한 압박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제풀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반 27분 박지성의 중앙 돌파때 다급해진 플레이메이커 핀투가 백태클을 하다 퇴장당한 게 승부의 균형을 가른 결정적인 실수.

포르투갈은 수적 열세 속에도 골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공격 출발점 피구의 발은 이미 발빠른 송종국의 일대일 마크에 꽁꽁 묶여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르투갈은 후반 21분 오른쪽 윙백 베투가 이영표의 측면 돌파를 태클로 막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올리베이라 감독이 다급히 원톱 스트라이커 파울레타를 빼고 수비수 안드라데를 투입, 지키기 작전에 나섰지만 승부추는 이미 한국쪽으로 급격히 기운 뒤였다.

한국은 불과 4분후 결승골을 뽑아냈고 이후 전원 공격에 나선 포르투갈 문전을 초토화했지만 GK 바이아의 선방에 막혀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피구의 프리킥을 시작으로 한국 수비벽과 난타전에 가까운 격전을 벌였지만 행운의 여신은 이미 멀찌감치 달아난 후였다.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히딩크 감독은 특유의 ‘어퍼컷 승리 세리머니’와 함께 관중석을 향해 뜨거운 손 키스를 날리며 기쁨을 표현했고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열광하는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인천〓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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