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응원 등에 업고 광화문 매상 쑥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25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비롯한 광화문 일대 술집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월드컵 거리응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오랜만에 ‘술문화 1번지’인 서울 강남 일대 술집들을 누르고 월드컵 최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

월드컵 출전 사상 첫승을 거둔 대(對) 폴란드전이 있었던 4일 강남역 일대의 호프집, 주점, 룸살롱 등은 광화문 일대로 몰려간 인파로 개점 휴업 상태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B호프집 주인(45)은 “평소 같으면 70여개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찼을 텐데 폴란드전 당일에는 일부러 대형 TV까지 설치했는데도 10여개 테이블 정도만 찼다”고 푸념했다.

반면 서울 중구 무교동, 다동, 북창동, 종로구 세종로 등 광화문 일대의 술집들은 거리응원을 하러 몰려나온 젊은이들로 개점이래 최대 매출액을 보였다.

세종로에 있는 호프집 OB라운지는 평소 매출액의 2배를 기록하며 영업시간을 오전 4시까지 연장했다. 준비된 생맥주와 병맥주는 경기 시작 30여분만에 동이나 모자라는 술을 주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 호프집 직원 김현래씨(22·여)는 “경기 시작 전후로 엄청나게 손님이 몰렸다”며 “앞으로 남은 한국전 경기에 대비해 평소 2배의 맥주를 주문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 일대 다른 호프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기 당일 준비된 맥주가 다 떨어져 인근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 맥주를 사오는가 하면 강남의 체인점으로부터 물량을 긴급 공수받기도 했다.

광화문 일대의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도 거리응원에 나섰던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교동 P단란주점 직원 이모씨(26)는 “강남 술집의 여종업원들이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강북의 술집에서 일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일대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 역시 한국전 경기가 있을 때 매출이 4∼6배까지 급증해 남은 한국전 경기를 앞두고 강남 지점들로부터 물량은 물론 직원들까지 넘겨받기로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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