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응원도구 규제…맨손관람 될 듯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2분


시드니 올림픽 응원전에 비상이 걸렸다. 시드니 올림픽 조직위원회(SOCOG)가 일체의 응원 기구에 대해서 경기장 반입을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금지 품목의 목록을 정한 조직위는 ‘공식 관람객 가이드’와 입장권 뒷면에 이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여기에는 폭죽 술 유리제품 알루미늄캔은 물론이고 악기, 현수막, 깃발 같은 품목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경기장 입장을 금지시키고 적발시 퇴장시킨다”고 명문화 했다. 이에따라 한국응원단이 주로 사용하는 징 꽹가리 북은 물론이고 승리를 기원하는 일체의 플래카드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된 셈이다.

한호올림픽후원회 차재상 회장은 “응원전도 국가별 문화라는 점을 들어 조직위와 협상을 벌였으나 일체의 예외도 허용해줄 수 없다는 회신을 최근 받았다”면서 “사물놀이나 깃발 등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맥빠진 응원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상업적인 유니폼’을 금지한 것이다. 올림픽 스폰서십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식 후원업체 이외의 기업명이나 상표가 표시된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는 것도 불허했기 때문. 한국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인 경우 특정 스포츠 상표의 붉은 옷을 입었을 경우 경기장 입장이 불허될 우려도 있다. 한호올림픽후원회도 한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2000복의 응원 유니폼을 기증받을 예정이나 기업 마크가 찍혀있어 고심하고 있다.

시드니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상업적인 목적의 유니폼을 단체로 입고 입장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개별적인 경우까지 제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당사자 국가의 국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맨손 관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소지품 제한은 호주인들에게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일체의 음식물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호주에서는 가족들이 음식물을 싸 가지지고 경지장을 찾는 것이 일상적인 일인데 홈부스베이 올림픽 경기장내에 거금을 주고 입주한 업체들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호주인의 반대여론이 워낙 높자 조직위원회는 ‘가벼운 음식물’에 한해 경기장 반입은 허용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조직위는 상비약은 물론이고 일체의 의약품도 반입을 금지했다가 “환자는 경기도 보지 말라는 차별 규정”이란 여론에 밀려 치료중인 사람에 한해서 약을 소지하고 입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시드니〓신치영·윤정훈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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