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효창구장 철거'에 정구協 '냉가슴'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대한정구협회 주남식 사무국장(68)은 요즘 한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18일 막을 내린 제78회 전국여자정구대회를 내년부터는 효창운동장 정구장에서 치를 수 없게 됐기 때문.

1923년 6월30일 경성 제일고등여학교에서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국내 스포츠 단일종목 대회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길다. 당시 정동의 한 여고 교정에서 원년대회를 연 뒤 서울운동장을 거쳐 82년 효창코트로 자리를 옮겨 80년 가까운 성상이 흘렀다.

하지만 서울시 의회가 최근 백범 김구선생 서거 50주기인 6월26일을 맞아 효창공원 주변 공유지를 공원화하는 계획을 추진, 효창정구장을 올해 안에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정구협회는 차기 대회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만 적합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 오랜 세월 동안 줄곧 열린 서울에서 마땅한 코트를 구하는 게 최상책이나 사설 코트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걸림돌이다.

몇몇 코트는 테니스 전용이어서 정구대회를 치르기에는 무리인데다 하드코트의 경우에는 부상우려가 있고 표면이 연식공에는 잘 맞지 않아 어렵다는 것.

지방 몇군데 정구코트는 사용은 가능하지만 오랜 전통의 이 대회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 결국 타지로 좌천 당한 듯 비쳐질 수 있어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주남식 국장은 "상징적으로 서울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나간다는 게 중요한데 여건이 여간 어렵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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