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 굿네이버스
사후 수습 아닌 ‘사전 예방’이 중요
“신고할 정도는…” 순간이 골든타임
조기개입 지원 ‘GN 세이프 스타트’
리틀포레스트 ‘굿마음 안정키트’를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 참여자.
“아직 신고할 정도는 아니다.”
아동보호 현장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과 양육 스트레스, 가족 갈등이 뒤엉킨 상황에서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적절한 지원 없이 방치될 경우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가정들이 있다.
아동학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경제적 위기와 부모의 우울, 양육 부담, 가족 갈등이 오래 누적되면서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아동에게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부모들은 양육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5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실시한 ‘가족교육 현황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꼽은 아동학대 주요 원인으로 양육 스트레스(42.6%)와 양육 지식·기술 부족(30%)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아동보호 분야에서는 학대 발생 이후 대응뿐 아니라 어려움이 확인된 가정을 일찍 발견하고 지원하는 예방 중심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GN 세이프 스타트’ 활동 중 하나인 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 굿네이버스 제공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먼저 만나다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기 개입 지원사업 ‘GN Safe Start(GN 세이프 스타트)’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는 예방적 지원이 필요한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정의 회복을 돕고 아동학대로 이어질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다.
김지연 굿네이버스 아동보호사업팀장은 “잠재적 학대 피해 우려 아동을 발굴하고 가정의 양육 환경과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가정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전국 3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참여해 총 536가정을 지원하고 4334회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원 가정 수는 전년도 대비 약 1.7배 확대됐다. 가족지원 프로그램 1944회, 심리상담치료 1261회, 비용·현물 지원 927회,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 202회 등 가정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GN Safety-Net(지역사회 아동안전망)’이다.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행정복지센터, 드림스타트, 가족센터, 교육청, 경찰, 지역사회 복지기관 등과 협력하는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심의·자문, 서비스 연계까지 함께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활동지 굿마음 안정키트.
조기 개입이 필요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실제 한 가정은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 간 갈등이 반복돼 부모와 자녀 간 대화가 줄어들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정서적으로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 GN 세이프 스타트는 가족회의를 통해 각자의 어려움과 욕구를 함께 확인하고 생활 지원과 가족 활동을 연계했다. 이후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해당 보호자는 “가족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긴 것만도 큰 변화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정은 조부모가 손주를 양육하며 정서적·양육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동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보였고, 보호자는 양육 부담을 홀로 감당하고 있었다. 이에 놀이치료와 양육 상담을 연계하고 보호자가 아동의 정서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후 보호자는 “아이의 행동만 보던 시선에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이 처한 어려움은 모두 다르지만 필요한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연결할 때 변화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GN 세이프 스타트는 정해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가정의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은 개입이 만든 변화
사업에 참여한 수행 기관들의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띈다.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우리가족 행복 숲 만들기-리틀포레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개입 과정을 체계화했다. 프로그램은 흙고르기(가족 알아보기), 씨뿌리기(아동), 물주기(부모), 양분주기(가족 관계), 성장하기(지역사회), 열매맺기(마무리)의 단계로 구성됐다. 가족이 함께 숲을 가꾸는 과정에 빗대어 각 단계마다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 과정을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현장의 다양한 실천은 사업 전체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5년 GN 세이프 스타트 지원 가정의 평균 위기 수준은 5.93점에서 4.10점으로 1.83점 감소했다. 특히 사전 위기도가 높았던 고위험 가정의 경우 7.35점에서 4.67점으로 2.68점 감소해 더욱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조수연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조기 개입은 단순히 위기를 낮추는 것을 넘어 가정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촘촘하게 지원할 수 있는 예방 체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동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는 위기 이후에 수습하는 사회가 아니라 위기 이전에 함께 지키는 사회다. 그 변화는 지금 가정의 어려움을 더 일찍 발견하고 연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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