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금 치면 애 기죽어”…초등교사 절반 “학부모 민원에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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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69% “민원·신고 걱정”…중학교보다 최대 24%p 높아
생활지도·상담·학부모 소통까지 담임 몫…“저연차만의 문제 아냐”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5주년 스승의날 기념 ‘교사 시민권 회복 행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6.5.14 뉴스1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5주년 스승의날 기념 ‘교사 시민권 회복 행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6.5.14 뉴스1
“아이 자존감 떨어지니까 틀린 문제에 빗금을 치지 마세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학부모 민원이다. 드라마가 화제가 된 배경에는 현실도 있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민원 대부분이 실제 현장에서도 일어난다”고 밝혔다.

실제 초등교사 2명 중 1명은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10명 중 7명은 민원이나 신고를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교육정책포럼 제395호에서 금종예 연구위원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중학교 교사보다 학부모 응대의 어려움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교교육 실태조사 결과, 초등교사의 68.9%는 “학부모의 민원 또는 신고 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같은 문항에 대한 중학교 교사의 긍정 응답 비율은 44.6%였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초등교사는 49.4%로 집계됐다. 중학교 교사(31.7%)보다 17.7%포인트 높았다.

‘정서적 압박’(53.4%)과 ‘학부모 갈등에 따른 업무 부정 영향’(51.6%) 역시 초등교사 절반 이상이 경험했다고 답해 관련 지표 모두 중학교 교사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교육계에서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구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교과 수업뿐 아니라 생활지도와 상담, 학부모 소통까지 담당한다. 학생의 학업과 교우관계, 학교 적응 문제 등이 대부분 담임교사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에서는 아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이 담임교사와 연결된다”며 “학습 문제는 물론 친구 관계와 안전 문제까지 학부모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민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학부모 연락 자체가 많다 보니 교사가 받는 심리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생 연령 특성상 학부모의 학교 참여와 관심이 높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초등학생은 보호자의 돌봄과 관리 비중이 큰 시기인 만큼 학부모의 학교 관여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접촉 빈도 자체가 중학교보다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부담은 신규 교사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초등교사의 경우 ‘학부모 민원 또는 신고가 걱정된다’는 응답은 경력 5년 이하 78.0%, 경력 6~10년 77.3%, 경력 11~15년 72.6%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경력 5년 이하(51.7%)보다 6~10년차(58.1%)와 11~15년차(56.0%)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금 연구위원은 “학부모 응대의 어려움이 경험 부족이나 적응 과정에 있는 저경력 교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경력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드라마 ‘참교육’이 공감을 얻는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교사를 대신해 민원과 분쟁에 대응하는 설정에 교사들이 공감하는 이유 역시 학생 처벌보다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권 침해를 이야기하면 학생 문제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현장 교사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의 상당 부분은 학부모 민원과 분쟁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교사가 민원과 소송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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