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 교수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불기소 처분으로 성폭행 의혹이 종결됐더라도 허위사실임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폭로를 허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경북 한 사립대 교수 김모 씨의 명예훼손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김 씨는 2021년 4월 동료 교수에게 2019년경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언론 인터뷰를 했다. 같은 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본인의 신원과 함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게시글을 올렸다. 하지만 김 씨가 고소한 해당 동료 교수의 성폭행 혐의는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김 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동료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 및 게시글은 허위사실로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김 씨)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불기소 처분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강간당했다는 것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고죄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 사실의 경우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신고 내용을 허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명예훼손죄 성립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본 것. 이밖에도 성폭행 피의자로 지목된 해당 동료 교수가 통화에서 “그날 많이 실수한 것 같다”, “걱정을 엄청나게 했다”고 발언한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김 씨에 대한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심판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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