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신축 아파트만 골랐다…‘1.5조 검은돈 세탁소’ 조직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1일 14시 19분


보이스피싱 수익 1.5조 세탁한 조직 적발
추적 피하려 왕래 드문 아파트 단기 임대
쪼개기 송금 반복…총책 일가 호화 생활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조직이 ‘24시간 자금세탁 센터’로 운영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아파트 내부 모습. 서울동부지검 제공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조직이 ‘24시간 자금세탁 센터’로 운영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아파트 내부 모습. 서울동부지검 제공
신축 아파트를 개조해 24시간 범죄자금 세탁소로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수익 약 1조5000억 원을 세탁한 조직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21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부(합수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조직원 13명을 입건하고 이 중 7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총책인 40대 남성을 비롯한 6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 신축 아파트 돌며 ‘24시간 교대’ 세탁 센터 운영
합수부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3년 8개월 동안 전북 전주시와 인천 송도, 경기 용인시 등 전국 아파트 7곳을 옮겨 다니며 사무실 겸 숙소로 개조해 ‘24시간 자금세탁 센터’로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이웃 간 왕래가 적은 신축 고층 아파트만 골라 단기 임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창문 전체에 암막 커튼을 설치해 외부 노출을 철저히 차단했으며, 24시간 실시간 세탁을 위해 조직원들을 주야간 조로 편성해 운영했다. 또한 단속을 피하기 위해 평균 6개월 단위로 거점을 옮겨 다녔다.

조직적인 증거 인멸 수법도 드러났다. 적발 시 “가상화폐(코인) 판매자일 뿐”이라는 허위 대본을 숙지하게 했으며, 거점 이전 시 외장 하드를 파괴하거나 대포 카드를 폐기했다. 하위 조직원이 적발되면 벌금을 대납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해 주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김보성 합수부장(부장검사)은 “(상선이)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입단속을 하며 수사를 지연시켰다”고 설명했다.

● 세탁 규모 1.5조 원… 총책 일가는 호화 생활
이들의 자금세탁 규모는 총 1조5750억 원으로 월평균 375억 원 수준이었다. 확인된 대포계좌만 186개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수익금이 입금되면 실시간으로 여러 계좌를 거쳐 쪼개기 송금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따돌렸다. 총책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약 126억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총책 일가는 범죄수익으로 수천만 원대의 명품과 억대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그는 각종 에너지 개발과 카지노 사업에 발을 들이며 자신을 합법적 사업가로 신분을 세탁하려 시도하고 자녀 명의로 부동산, 채권 등을 매입하기도 했다. 합수부는 총책의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된 재산에 추징 보전을 청구해 약 34억 원의 범죄수익을 확보했다.

합수부는 “신원이 특정된 추가 피의자 8명에 대해 입건을 준비 중”이라며 “단 한 명의 가담자도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추적하겠다”고 했다.

#보이스피싱#범죄자금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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