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의 강원랜드 야경.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와 호텔, 골프장, 스키장, 워터월드 등을 갖춘 사게절 종합관광지다. 강원랜드 제공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공기업 강원랜드의 대표이사(사장) 선임이 2년 동안 이뤄지지 않자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 폐광지역 사회단체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강원랜드 제11대 사장 선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공추위는 “강원랜드 최종 책임자의 2년째 공석은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고, 이것은 강원랜드와 폐광 지역 주민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공에 날린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만이 주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공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이삼걸 전 대표가 임기를 5개월가량 앞둔 2023년 12월 사퇴하면서 24개월 동안 공석이고, 2023년 12월 선임된 최철규 부사장의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최 부사장의 임기도 이달 4일 만료됐지만 사장과 부사장 모두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최 부사장의 퇴사도 미뤄져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원랜드 대표의 장기 공석은 그동안 이 자리가 전문경영인 체제보다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원인이 크다. 사장, 부사장 모두 여권 인사가 차지하는 것이 관례처럼 된 상황에서 전 정권이 선임한 이 전 대표가 갑자기 사퇴하자 당시 정부는 사장 선임을 서두르지 않았고, 최 부사장이 사실상의 사장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 탄핵이 이어지자 사장 선임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 4월 강원랜드 사장 선임 절차가 추진돼 후보자들을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지만 ‘알박기’ 논란이 불거졌고, 여야가 바뀌면서 선임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강원랜드 사장은 공공기관운영위가 적격자를 선정해 내려보내면 주주총회 의결과 산업통상부 제청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돼 있다.
앞으로 공공기관운영위가 앞서 추천한 사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임 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후보자 공모부터 새로 시작할지 미지수지만 어떤 방식이든 사장 임명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있는 최 부사장이 출마를 위해 사퇴할 경우에는 경영지원본부장 대행 체제로 이어진다. 이 경우 강원랜드가 지난달 발표한 3조 원 규모의 ‘K-HIT 프로젝트’를 비롯한 각종 사업의 실행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강원랜드 대표는 더 이상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하루속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살리기 공추위는 “그동안 강원랜드 사장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들의 논공행상으로 여겨져 왔다”며 “신임 사장은 석탄산업 전환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강원랜드 사장 선임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강원랜드와 폐광지역 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하루빨리 능력 있는 인사가 선임되도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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