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캄보디아 대기업 사칭 ‘로맨스 스캠’ 조직 83명 무더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4일 10시 53분


고수익 내걸고 텔레그램으로 인력 모아
캄보디아 도착하면 “숙식비가 빚” 협박
딥페이크 활용해 여성 가장한 채팅 강요
3개 조직 검거…2곳 실질적 배후는 중국계

캄보디아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으로 120억 원가량을 가로챈 범죄조직 등 83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대기업을 사칭해 조직원을 끌어모은 뒤 사실상 감금하며 착취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인물을 이용한 화상통화 영상. 울산경찰청 제공
딥페이크 인물을 이용한 화상통화 영상.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은 범죄단체 조직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최모 씨 등 38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붙잡힌 인원만 19명, 한국에서 붙잡힌 조직원이 5명으로 모두 구속됐다. 경찰이 검거한 조직은 총 3개 조직으로 자금세탁, 로맨스 스캠 등 범죄에 가담했다. 경찰이 올해 5월까지 입건한 45명을 합치면 총입건 인원은 83명에 이른다.

A조직은 실제 운영 중인 캄보디아 대기업을 사칭해 조직원을 끌어모았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던 E 씨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보고 텔레그램으로 연락한 뒤 화상 면접까지 보고 현지로 향했으나, 도착 후 불법조직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중국어·영어 통역 업무를 맡았지만, 조직은 “숙식비가 빚이니 갚고 나가라”며 협박했다. E 씨는 7월 현지 한인회를 통해 구조됐다. 조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부유한 여성으로 속이고, 채팅과 영상통화로 피해자와 교제하는 듯 신뢰를 쌓았다. 캄보디아 보레이 지역에 콜센터를 두고 실제 범행을 진행했으며, 프놈펜에는 인력 모집용 ‘에이전시’ 사무실, 인근 도시는 자금세탁 거점으로 활용했다. 또 다른 총책 강모 씨(31)가 운영한 B 조직은 A 조직의 ‘새끼’ 조직이었지만, 수수료를 내는 조건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경찰은 총책 김 씨에 대해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 중이다. 강 씨는 지난 2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7000만 원을 건네고 풀려났으나, 법무부와 캄보디아 당국 공조로 재검거됐다. 다만 국내 송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두 조직의 실질적 배후는 중국계로 파악됐다. 범행에 이용된 콜센터와 건물 등 주요 시설은 모두 중국인 소유로 확인됐다. 이들이 가로챈 돈은 120억 원, 피해자는 100여 명에 이른다.

또 다른 C조직은 ‘현금 세탁’을 전문으로 담당했다. A·B조직이 로맨스 스캠으로 챙긴 투자금을 가상화폐로 바꿔 송금해주고 수수료 10%를 챙겼다. 총책 최모 씨(25)는 전남 지역 조직폭력배 ‘백학파’ 조직원으로, 수천억 원대의 자금세탁을 도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당 중 가장 혐의가 무거운 조직원은 A 조직 관리총책인 하모 씨로 보고 있다. 하 씨는 콜센터에서 남성들을 유혹하는 역할을 맡은 ‘팀장’들을 직접 교육하고, 성과가 부족한 조직원을 구타하기까지 했다. 입건된 83명 중 대다수는 한국 국적이었으며, 베트남인(3명)과 중국인(2명)도 있었다. 다만 외국인 5명은 지휘부나 중간 관리책이 아닌 말단 팀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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