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의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13일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시 국무위원들의 ‘계엄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에는 국무위원들이 관련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 계엄 전후를 통틀어 윤 전 대통령을 막아서거나, 그의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제지한 국무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문건을 보면서 국무위원 등과 대화하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계엄 문건 2개를 가지고 나왔고, 이를 접견실 책상에서 일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 ‘계엄회의’ 영상 첫 공개… 누구도 尹 말리지 않았다 한 전 총리가 이달 1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나와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위증 혐의를 인정한 것 관련, 실제로 여러 차례 문건을 손에 들거나 책상에 올려놓고 읽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 전 총리는 앞서 2월 6일 국회에서 계엄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20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계엄선포문을) 언제 어떻게 그걸 받았는지는 정말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양복 재킷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는 물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 3급 군사기밀 해제 뒤 법정서 20여분 공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가 심리하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서 재생된 영상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5시 59분부터 4일 오전 10시까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과 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대접견실을 촬영한 것이다.
특검은 이중 특정 부분을 틀거나 사진으로 보여주며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법정에서 재생된 건 20분가량 분량이다.
이 영상은 3급 군사기밀로 지정돼 있었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대통령 경호처에 기밀 해제 및 공개를 요청했고, 경호처는 보안심사위원회를 거쳐 한 전 총리의 재판에 한정해 공개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해당 영상을 공개 재판에서 재생하고 내란특검법 11조에 따라 중계하는 것도 허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재 회의가 끝나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문건을 책상에 놔두고 일어서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 특검은 재외공관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재판 중계 화면 캡처 ● 한덕수, 계엄 문건 직접 주머니에 넣어 이날 확인한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일 오후 9시 10분경 대접견실 안쪽에 자리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그의 손에는 A4 용지 크기의 문건 2개가 있었다. 이를 접어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는 모습도 담겼다.
당일 오후 9시 13분경에는 집무실에서 김 전 장관이 나와 한 전 총리에게 ‘손가락 4개’를 펼쳐보였다. 국무회의 정족수(11명)까지 4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오후 9시 35분경 한 전 총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 특검 측은 “밤 10시가 다가오는데도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대통령실로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특검 측은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대통령실로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 ‘손가락 1개’=‘정족수 완성까지 1명 남았다’ 오후 9시 47분경에는 대접견실에서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모여 계엄 문건 돌려 읽는 장면이 담겼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들고 온 결재판을 보면서 논의하는 모습도 찍혔다.
오후 10시 12분에는 최 전 장관과 송 장관이 각각 도착한 이후, 정족수가 2명 부족한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이 손가락 1개를 들어보였다.
특검 측은 “(오후) 10시 14분에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들어왔다”며 “김 전 장관이 조 전 장관 도착을 미리 알고 정족수 1명이 남았다는 것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무언가 말한 뒤 일어서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 계엄 직전 尹 향해 고개 끄덕인 韓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10시 18분에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도 찍혔다. 그는 대접견실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무언가 말한 뒤 일어났다.
이때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엄 선포에 동의한다는 몸짓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문밖으로 나갔던 김 전 장관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자, 한 전 총리가 갈색 봉투에 담긴 서류를 집어들어 건네는 장면도 이어졌다.
특검팀은 “(영상 속에서) 피고인이 정족수가 채워졌으니 국무회의를 하자거나 국무위원의 말을 들어보자고 건의하는 모습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윤석열과 김용현에게 관련 서류를 건네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동조’를 하는 모습도 확인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6분간 직접 발언을 통해 “전체적인 계획은 알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 반대했으며,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모두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무위원들이 해산하려던 때 한덕수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으니 서명을 하고 가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 韓, 서명 권유하자 일부 참석자 반발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오후 10시 44분경에는 국무위원들이 해산하려던 때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에게 뭐라고 계속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으니 서명(부서)을 하고 가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서명을 권유한 문건을 특정하진 못했지만, 계엄 선포 관련 문건으로 추정했다. 국무위원들의 서명이 없으면 법적으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서명을 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권유에 일부 참석 국무위원들이 격앙하며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 이상민-한덕수 논의 오후 10시 54분경부터는 이 전 장관만 따로 불러 함께 윤 전 대통령에게 받은 문건을 확인하는 모습도 담겼다. 특검 측은 “16분간 이들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협의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양복 재킷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한 전 총리에게 보여주었고, 문건을 건넸다. 한 전 총리는 이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문건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고 이 전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2월 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내용이 적힌 쪽지를 대통령실에서 멀리서 봤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문건을 손에 들고, 내용을 눈앞에서 확인했으며, 한 전 총리와 논의까지 하는 장면이 담겼다.
● 재판부 “총리였던 피고인, 국민 위해 뭘 했나” 재판부는 CCTV 재생 이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질문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자체로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 재산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12·3 비상계엄은 많은 수의 경찰과 군인이 투입됐고 군인은 무장한 상태”라며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은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에 “전체적 계획에 대해 저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처음 대통령으로부터 말씀을 듣고 (비상계엄을) 반대했다. 거기 모인 몇 사람만 모여서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모두가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전체적 계획을 저로서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비상계엄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국민들에게 준다는 것은 과거 경험에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대통령 뜻에 따라 선포된 비상계엄을 최대한 빨리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국무위원들의 생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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