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저격 글’ 올리면 명예훼손 학폭… 캡처해 증거 수집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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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임이랑 변호사가 알려주는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법
‘딥페이크’ 합성 영상 제작 등… 사이버폭력, 중범죄에 속해
‘촉법소년’도 만 10세 이상이면 수사-재판 대상이니 주의해야
가정폭력은 아동학대로 분류… 선생님께 알리고 보호 받아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신체적인 폭행뿐 아니라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 다양하다. 상대방은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데 학교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이나 교권 침해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학교 내 생활뿐만 아니라 등굣길, 급식, 학원, 가정생활까지 학생 일상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법에 따라 판단이 이뤄진다. 어린 초등학생이라도 법을 잘 이해하면 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상황별 대처법을 잘 알 수 있다.

2010∼2015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2018년 변호사가 된 임이랑 변호사(사진)에게 초등학생이 접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관련된 법에 관해 물었다. 임 변호사는 교사였던 경험을 살려 현재 교육부 정책 자문위원, 실천교육교사모임과 경기도공립유치원교사협회 등 교원단체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학교랑 법이랑’에서 교육 관련 법률 분쟁을 설명하고 있으며, 책 ‘교실로 간 변호사 이랑이’에서는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형법과 민법을 소개했다.

―어떤 행동이 학교폭력이 되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폭행, 협박, 명예훼손, 강제적인 심부름,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로 범위가 넓다. 상대방은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데 학교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사이가 좋았는데 친구 가방을 툭 치고 지나가거나 별명으로 놀렸다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흔하다. 친구로 지내다가 잘 맞지 않아 거리를 두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친구에게 ‘저 친구랑 같이 놀지 말자’고 말하는 순간 따돌림이 될 수도 있다.”

―사이버폭력 유형이 많아지고 있는데….

“최근 늘고 있는 형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저격’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가 있을 때 속으로만 생각하면 되는데, 공개된 SNS에 저격 글을 올리면 안 된다. 이런 행위는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형법상 모욕 등의 범죄도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도 늘고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딥페이크(허위 영상물)를 이용한 합성, 불법 촬영된 영상의 유포 등이 심각하다. 사이버폭력을 당했을 때는 즉시 캡처해 증거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

―딥페이크 범죄는 어떤 처벌이 가능한가.

“모든 딥페이크 영상물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 합성, 가공하는 경우가 문제 된다. 이런 행위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허위 영상물 반포 등의 죄로 처벌 받을 수 있고 학교폭력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반 여학생 얼굴을 나체 사진이나 음란한 영상물과 합성하는 사례가 있었다. 예전에는 합성해도 제3자에게 배포하지 않고 혼자만 갖고 있으면 처벌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돼 합성 자체만으로도 처벌 받는다. 딥페이크 범죄는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라 학교폭력 처분이나 형사법적 처벌 모두 중하게 내려진다.”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학생 중에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촉법소년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게 아니고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을 받지 않는 것뿐이다. 만 10세 이상이기만 하면 경찰 수사를 받고 소년재판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구치소 격인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기도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소년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촉법소년이라고 떵떵거리다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돼 펑펑 우는 소년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부모가 민사소송을 당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가정에서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의 사례가 가끔 알려진다. 이러한 피해는 무엇이고 징후를 어떻게 알 수 있나.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가정 구성원 사이에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다. 보호자가 아동을 폭행하는 것도 가정폭력이지만 실무적으로 아동학대로 분류해 더 두텁게 보호한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위축돼 잘 놀라거나 어른을 두려워하며 실수에 과도하게 겁을 내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멍 같은 상처가 반복적으로 생긴다. 만약 이와 관련된 친구의 고민을 알게 되면 꼭 선생님에게 알려야 한다.”

―학교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어린이를 보호하는 관련법은….

“학교 주변의 보도와 도로가 노랗게 색칠된 곳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스쿨존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학교 정문에서 300m 이내의 통학로다. 여기서는 자동차 등의 통행 속도를 30km 이내로 제한한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일명 ‘민식이법’이란 별도의 법으로 더 엄격히 다뤄진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어린이가 자전거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게 규정돼 있다던데….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호자는 어린이가 도로에서 자전거나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탈 때 반드시 헬멧(안전모)을 착용하게 해야 한다. 헬멧을 쓰지 않아도 벌금을 내거나 처벌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머리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헬멧을 착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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