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추계위’ 두고 이견 ‘팽팽’…“떼쓰기 안돼” 지적도

  • 뉴스1
  • 입력 2025년 2월 14일 17시 45분


“심의기구로 둬야 vs 최종 의결까지 가능해야”
구성 생각도 달라, 의사 3분의 2 이상 vs 동수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2025.2.14/뉴스1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2025.2.14/뉴스1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와 관련해 ‘심의·자문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의결기구’여야 한다는 견해가 사회 각계에서 엇갈리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4일 개최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의료단체와 학계 전문가, 환자 및 소비자단체 등은 관련 법안에 관한 주장을 이같이 각각 제기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추계위 필요성에 이견이 없었으나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할지를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이런 기구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합의만 확인됐다.

추계위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인정심) 산하에 둘지,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기구의 위원 구성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의협 측 추천으로 참석한 진술인들은 추계위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독립적인 의결기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보정심 산하에 두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독립성, 중립성, 투명성, 전문성 확보를 한 비정부 법정단체나 법인 형태여야 한다며 자체 의결권도 요구했다. 사직 전공의인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도 “의료정책 심의는 독립된 중개기구에서 전문가 위주로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계위 논의 결과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역할과 권한은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인 보정심·보인정심에서 추계위 결과를 반영·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추계위의 수급 추계 결과를 준용해야 한다”며 “추계위는 추계 결과를 심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하고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에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전공의나 의대생이 복귀만을 목표로 조바심을 내면 의료인력 정책의 중장기적 방향성만 흩뜨릴 수 있다”며 “특권의식과 떼쓰기보다는 협상하는 자세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2025.2.14/뉴스1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2025.2.14/뉴스1
‘심의냐, 의결이냐’라는 또 다른 갈등 대신 현실적인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부교수는 “추계위 의결권 부여엔 반대 논리가 강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신 보정심이 추계위 심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거나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면, 보정심에서 추계 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실적으로 위원회에서 도출한 권고사항이나 추계결과를 정부나 국회가 만약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는 이견 설명 절차를 두는 방안이 고려될 만하다”고 말했다.

추계위 위원장과 위원 구성 방식을 놓고도 참석자 간 생각이 달랐다. 안덕선 원장은 위원장에 전문가를 위촉하고, 위원은 의사 등 전문직이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김민수 정책이사도 복지부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 방식 등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했다.

환자·소비자 단체는 반론을 폈다. 안기종 대표는 “추계위는 공급자 단체와 수요자 단체 추천 전문가가 같은 비율로 구성돼야 한다”며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일 경우 심의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직종별 단체, 노동자·환자·소비자 단체와 학계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데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으나 공급자 측 추천 위원이 추계위 과반을 차지하는 데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26학년도 정원 또한 추계위에서 논할 수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허윤정 단국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조교수는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2026년도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는 안식년의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했다.

정재훈 교수도 “단순히 2025년에 증원했으니, 2026년에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접근은 옳지 않다”면서 “특례조항을 둬 과도한 휴학·유급, 교육 여건 악화 등 돌발사태가 일어났을 때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