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미세먼지 경보…시민들 “밖에 나가기 두려워”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월 22일 10시 47분


출근길 직장인들 “입에서 먼지 맛 나” 토로
평일 내내 미세먼지 기승…주말께 해소될 듯

21일 서울 도심에 미세먼지가 가득 차 있다. 뉴시스
21일 서울 도심에 미세먼지가 가득 차 있다. 뉴시스
이번주 들어 전국 곳곳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가운데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게 깔리면서 ‘밖에 나가기 두려울 정도’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22일 뉴시스가 만난 시민들은 출근길에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하철역에 들어서자 답답했다는 듯이 마스크부터 곧바로 벗는 이들도 있었다.

평소 자차로 출근을 한다고 밝힌 최종수(31)씨는 “평소에 강변북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데, 출근하면서 보면 원래 한강 너머가 탁 트여서 잘 보인다”며 “근데 이번주는 무슨 안개가 낀 것처럼 한강 너머가 거의 안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박진규(32)씨도 “미세먼지가 너무 체감된다. 출근길에 가시거리가 너무 짧아서 놀랐다”며 “처음에는 안개라도 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7)씨도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온다”며 “아침에 별 생각없이 마스크를 안 쓰고 나왔었는데 역까지 가는 길에 입에서 ‘먼지 맛’이 났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바로 편의점에서 마스크부터 샀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한모(30)씨는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눈이 불편해서 안약도 챙겨나왔다”고 말했다.

자신을 30대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제가 사는 동네는 (미세먼지에) 안개까지 섞여서 너무 뿌옜다”며 툴툴대기도 했다. 노원구에 사는 유모씨(28)는 마스크를 껴도 목이 계속 칼칼해 꾸준히 물을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대기질에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61)씨는 “평소에 딸과 손녀랑 같이 한강으로 산책을 자주 가곤 했는데, 이런 날씨에는 데리고 나가긴 커녕 창문 열기도 걱정”이라며 “안그래도 요즘 독감도 심하고 해서 아이를 어디 데리고 나가기가 무서웠는데 날씨까지 이러니 더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모(37)씨 또한 “아이가 2살인데, 미세먼지가 심하면 웬만하면 밖에 데리고 안나간다”며 “아이가 아직 마스크 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이럴 때는 그냥 집안에서 데리고 놀거나, 차타고 실내 카페 같은데 가는 정도”라고 했다.

환경부는 전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영서, 충남, 충북, 세종, 전북, 광주 등 9개 시도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9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5㎍/m³(세제곱당 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 농도는 32㎍/m³로 ‘보통’ 수준이었다. 이후 ▲20일 미세먼지 91㎍/m³, 초미세먼지 73㎍/m³ ▲21일 미세먼지 112㎍/m³, 초미세먼지 92㎍/m³로 훌쩍 뛰었다. 이날 오전에도 미세먼지 91㎍/m³, 초미세먼지 73㎍/m³로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 중이다. 비상저감조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정기간 지속될 경우 미세먼지를 단기간에 줄이고자 자동차, 공장, 공사장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조치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북쪽의 찬공기가 우리나라로 남하하지 못하고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서풍류가 지속되며 국외 미세먼지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기 정체로 인해 미세먼지가 수도권 등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기존 국내 미세먼지가 쌓여있던 상황에서 서풍의 영향으로 국외 미세먼지까지 20일, 22일에 유입됐다. 이게 겹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고농도 사례는 토요일(25일)께 청정한 동풍이 불어오면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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