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이러다 공원이 물바다 되는 건 아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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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삼락생태공원 올해도 침수, 맥도생태공원까지 범위 늘어나
“낙동강 수위 높아져 발생한 문제”… “배수로-공사 등 외부 원인 조사”
침수 놓고 본부-전문가 의견 갈려… 근본적 원인 확인이 최우선 과제

2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잔디밭이 물에 잠겨 습지처럼 변했다. 삼락생태공원의 침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짐에 따라 원인 파악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잔디밭이 물에 잠겨 습지처럼 변했다. 삼락생태공원의 침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짐에 따라 원인 파악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난해보다 더 많이 잠겼네요.”

2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테니스장 앞. 자주 이 공원을 산책한다는 김모 씨(41)는 물이 가득 찬 잔디밭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잔디가 깔려 있어야 할 테니스장 근처 약 2000m²(약 605평) 규모의 땅은 습지처럼 변해 있었다. 물 위로는 오리가 헤엄쳤다.

김 씨는 “지난해 봄에는 테니스장 주변이 침수됐는데, 올해는 침수 구역이 이보다 훨씬 북쪽까지 확대됐다”며 “이러다 공원 전역이 물바다로 변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테니스장에서 약 500m 북쪽에 있는 사이클경기장 주변의 잔디밭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다. 기자가 지난해 3월 현장을 찾았을 때는 테니스장 북쪽 200m 지점 위로 침수된 곳은 없었다.

2022년 가을부터 삼락생태공원에 침수가 본격화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연구용역 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락생태공원 등 낙동강 하구에 조성된 둔치 공원 5곳을 관리하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낙동강본부)는 삼락생태공원의 현재 침수 면적을 테니스장 주변 약 1만9000m²(약 5747평)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3월 추산한 침수 면적(2만8000m²)보다 되레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본부 측은 “침수 피해가 컸던 체육시설의 바닥에 흙을 채워 넣는 성토 작업을 벌였고, 물이 잘 빠질 수 있게 주변 배수로의 바닥을 파내는 준설 작업을 진행한 까닭에 침수 면적이 다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은 “침수 구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상구 주민 이모 씨(38)는 “삼락생태공원뿐 아니라 낙동강 건너의 강서구 맥도생태공원 산책로 주변에도 웅덩이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본부는 삼락생태공원 침수 사태의 주요 원인을 낙동강 수위 상승으로 꼽고 있다. 낙동강본부 관계자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기 낙동강의 수위가 함께 높아져 삼락생태공원 쪽에 물이 찼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공원 지반의 자연 침하도 침수 사태의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최대현 낙동강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낙동강의 수위는 평균 해수면(EL)보다 0.76m 이상 높아지지 못하도록 낙동강 하굿둑 등을 통해 관리되고 있기에 강의 수위 상승에 따른 공원의 침수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인근 공사 등 외부 원인이 영향을 미쳤는지 등 구체적인 침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위원장은 “공원 배수로의 막힘이나 근처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공사 등이 침수를 발생시켰는지 등을 전문적인 용역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테니스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는 낙동강 아래로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선로를 까는 부전∼마산복선전철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침수 사태를 해소해가며 체육공원으로 계속 쓰는 것보다 이 기회에 습지생태구역으로 공원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본부는 올해 약 16억 원을 투입해 침수 피해를 겪은 체육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성인 야구장 A구역과 게이트볼장의 침수 구역에 흙을 성토하고 그 위에 다시 잔디를 까는 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삼락생태공원#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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