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치매 아내 병간호 하다 살해…80대 남편, 징역 3년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3월 29일 17시 19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병간호하다 살해한 80대 남편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차진석)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3년 9월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70대 아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60여 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남편으로서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했고, 피고인이 간호를 도맡아 왔다”며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고,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2020년 치매 진단을 받은 B 씨를 돌보던 중 B 씨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홀로 병구완을 하기가 어렵게 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2022년 3월 11월 자녀에게 “엄마 건강 악화로 자식에게 부담되는 엄마 인생을 원치 않아 내가 자진해 엄마를 하늘나라로 모시려는 것을 자식들이 짐작이나 하겠니”, “이제 유서라도 작성하고 자손에게 피해 없이 혼자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내에게 독성이 있는 약을 먹였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내의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수사 기관 조사 과정에서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B 씨의 부검 결과가 ‘사인 불상’으로 나온 점을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A 씨가 기소된 후 법의학 전문가에게 피해자 사인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B 씨 시신에서 독약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서 피해자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A 씨는 법정에서 자기 범행을 인정했고, 검찰은 A 씨에게 적용된 살인미수 죄목을 살인으로 변경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