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죽자” 쥐약 먹인 치매 아내 멀쩡하자 목조른 80대, 살인혐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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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9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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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뉴스1
치매를 앓고 있던 배우자에게 쥐약을 먹이고 동반자살을 시도하다가 배우자만 숨져 ‘자살방조’ 의혹으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진 남편이 결국 법정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차진석)는 애초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82)에 대해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3년 9월 9일 오후 10시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미리 구입해 놓은 쥐약을 아내 B 씨(79)에게 건네 아내가 먹었음에도 별다른 이상증세가 없자 재차 손으로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20년 7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내 B 씨를 혼자 돌보며 지내왔다. 그러다 2022년 3월쯤 B 씨의 상태가 더 악화돼 일상생활이 힘들어졌고, 자녀들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자 간병으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부담이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2년 3월 11월 자녀에게 “엄마 건강 악화로 자식에게 부담되는 엄마 인생을 원치 않아 내가 자진해 엄마를 하늘나라로 모시려는 것을 자식들이 짐작이나 하겠니”, “이제 유서라도 작성하고 자손에게 피해 없이 혼자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B 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이후 그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휴대전화로 ‘극단적 선택 방법’, ‘수면제 복용 후 사망시간 추정’, ‘수면제 과다복용’, ‘쥐약의 취사량’을 검색했다.

이어 2023년 8월말쯤 쥐약을 구입해 보관하다가 결국 같은해 9월 B 씨를 살해했다.

그는 아내를 살해 후 장례 등 뒷정리를 위해 카카오톡 내게쓰기 기능을 통해 ‘9월 9일 밤 11시 30분 아들아 지금 엄마 모시고 하늘나라 갈 준비가 되었다’고 공동 유서 형식의 메모를 작성했다.

이어 자신도 쥐약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애초 A 씨는 지난해 9월 자살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A 씨의 살인 고의를 확인 했다.

하지만 아내 B 씨에 대한 사인이 ‘불상’ 이라는 부검 결과로 인해 A 씨를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법정에서 사인 재감정 등을 통해 A 씨가 결국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과 60여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여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그동안 피해자의 남편으로서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해왔고 치매를 앓은 피해자의 간호를 도맡아온 점,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에 한계가 온 점, 자녀들도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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