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운이 한창 오르는 시점인 음주 후 30~90분에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운전 적발 기준치(0.03% 이상)와 동일할 경우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청주지법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5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2년 10월 29일 0시 5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한 도로에서 청원구 사천동까지 약 4.7㎞를 음주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전날 오후 10시 50분경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75분 뒤 단속에 걸렸다. 음주 측정은 최종 음주 시점으로부터 약 85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다. 당시 호흡 측정 방식으로 측정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3%로, 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 원을 명령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음주 측정 시점이 체내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시간대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평균 약 0.015%씩 감소하기 때문에 A 씨의 경우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보다 더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A 씨가 단속 당시 도로 중간에서 운전 중 잠들어 있었다는 수사보고서도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최초 단속한 경찰관이 A 씨가 얼굴빛이 붉은 것 빼고는 차분했다고 진술한 점, 수사보고서는 경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개입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기준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3년 11월 대법원은 음주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한다면 운전 당시의 농도가 처벌 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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