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굶었다, 국밥 한 그릇만” 글 올리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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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5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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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형편이 어려워져 사흘을 굶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한 한 누리꾼이 큰돈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었다며 “희망이 생겼다”는 글을 올렸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밥 글 쓴 사람이다. 감사 인사드린다’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아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10일 A 씨는 최근 사정이 여의찮아 사흘을 굶었다며 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글을 본 사람 중 3명이 그에게 돈을 보냈던 것. A 씨는 “무려 18만 원이라는 큰돈을 받았다”며 “연락이 왔을 때 염치 불고하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또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한 분과는 통화를 했는데, 하신 말씀이 와닿았다. ‘설령 글 내용이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진짜 어려운 사정인 거면 자신의 행동이 그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거였다”며 앞으로 자신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A 씨는 식당에서 8000원짜리 황태콩나물국밥을 먹는 사진도 올리며 “맨날 맨밥에 신김치만 먹다가 몇 개월 만에 따뜻한 국물과 고기를 먹는 것 같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져 일용직 노동을 하던 중 지난해 장마철부터 하루 일하면 3~4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걷는 건 고사하고 앉거나 눕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여름쯤부터 당장 안 입는 겨울옷 등을 중고로 1만 원, 몇천 원에 팔고, 60만 원 정도의 긴급생계지원받은 걸로 버텼다”라면서 “최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아져 택배나 아파트 건설 현장 일을 알아봤지만 여의찮았다. 3일을 굶던 차에 휴대전화라도 팔아보려고 했지만, 외관상 망가진 곳이 많아 팔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A 씨는 “마음이 약해져 ‘난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 좋은 생각이 덜컥 들기도 했다. 그런데 죽는 게 무서웠다”며 “평소 자주 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지역 분이 계신다면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고 글을 올렸던 것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치아 상태가 나빠져 먹을 수 있는 건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국밥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이틀 동안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금전적인 도움은 물론, 패딩 등 옷을 준 이도 있었고 휴대전화를 수리해 준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했다. A 씨는 실제로 업체 관계자와 통화를 했고 19일 업무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진짜 비관적이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는데 많은 분께서 빛을 비춰주셔서 이제 일어서 그 빛을 따라 한 발짝 내디뎌보려 한다”면서 “이 글이 끝이 아니다. 희망이 없다 보니 그동안 목표가 없었는데, 첫 목표는 첫 월급 타면 작은 기부라도 해보는 거다. 주신 도움, 갚는다는 마음으로 다음 글은 기부 글 올리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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