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사주한 ‘이 팀장’…범행 후 언론사 제보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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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1일 0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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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측 영추문 좌우측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점선 안)가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측 영추문 좌우측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점선 안)가 있다. 뉴시스
17세 소년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기라고 교사한 인물이 낙서 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낙서 사건을 벌인 임모 군(17)으로부터 경복궁 낙서를 지시한 일명 ‘이 팀장’이 범행 직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임 군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김모 양(16)은 범행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3시경 지상파 등 언론사에 사진과 함께 범행 현장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A 씨는 “경복궁 등에 낙서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영화 공짜’ 등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에 앞서 10만 원을 송금하며 “새벽 시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을 테니 식당이라도 가라”고 했다고 한다.

임 군은 여자친구인 김 양과 함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하고 텔레그램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했고 임 군은 실제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낙서하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임 군과 동행했던 김 양은 망만 봐주고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을 고려해 석방했다. 임 군에 대해선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소년범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임 군에게 10만 원을 보낸 계좌를 추적했지만, 돈을 건넨 사람과 낙서를 지시한 사람은 다른 인물로 드러났다. 경찰은 A 씨를 계속 추적 중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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