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린 만큼 기부하는 ‘착한 생리대’… 받는 마음도 더 편안해지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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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업드림코리아 ‘산들산들’ 생리대
싸고 좋은 제품 만들어 사회 공헌… 판매 수량만큼 저소득층에게 나눔
“저소득 증빙 필요한 생리대 지원… ‘가난’ 낙인찍히지 않도록 개선을”
지자체-기업과 ‘행복상자’ 배송… 다양한 기부문화 확산 위해 노력

행복나래 구성원들이 행복상자를 포장한 뒤 찍은 기념 사진. 행복나래 제공
행복나래 구성원들이 행복상자를 포장한 뒤 찍은 기념 사진. 행복나래 제공
“산들산들 생리대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아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동기 부여가 됩니다.”

2018년부터 ‘착한 생리대’를 판매해 온 사회적기업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 대표(34)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2015∼2016년 저소득 학생에게 멘토링을 하던 중 “생리대가 비싸 힘들다”는 얘기를 처음 듣게 됐다. 마침 이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생리대를 못 사 신발 깔창, 휴지를 생리대 대신 쓴다는 사연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됐다.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후 교사를 꿈꿔온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 팔릴 때마다 자동 기부되는 생리대
기업들의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인 행복나래 구성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본사 3층 해피라운지에서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될 ‘산들산들’ 생리대 등 생필품이 담긴 행복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기업들의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인 행복나래 구성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본사 3층 해피라운지에서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될 ‘산들산들’ 생리대 등 생필품이 담긴 행복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이 대표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질 좋은 생리대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6년 생리대 제조에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조달을 위해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창업을 결심한 뒤 ‘산들산들’이라는 브랜드의 생리대를 만들어 팔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생리대가 의약용품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좋은 생리대를 만들어 달라’며 힘을 모아준 초기 투자자 229명과 평소 함께 봉사를 해오던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산들산들’ 생리대는 판매된 수량만큼 같은 수량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소비자가 생리대 한 개를 사면 회사가 다른 생리대 한 개를 기부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지금까지 기부한 생리대 수량은 60만7412개. 기업들의 사회 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가 매년 말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하는 ‘행복상자’에도 ‘산들산들’ 생리대가 들어간다. ‘행복상자’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영양 간식, 화장품 등 기업이 기부한 32종의 물품이 담긴다. 전국 지역아동센터, 비정부기구(NGO), 대기업 등이 모두 업드림코리아의 파트너다. 대기업이 기부 목적으로 ‘산들산들’ 생리대를 수억 원어치씩 구매하는 경우 업드림코리아는 해당 수량의 2배에 달하는 기부 물량을 내놓기도 한다.

● ‘가난’ 낙인찍히면 생리대 신청 꺼려
이 대표의 창업 목표는 ‘형편이 어려워 생리대를 못 사는 일은 없게 하자’였다. ‘up’(위쪽으로)과 ‘dream’(꿈)의 합성어인 ‘업드림’이라는 사명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겸손하게 일하겠다는 철학도 함께 녹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생리대가 충분히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저소득층을 위한 생리대 보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생리대 공공지원 사업도 많이 있지만, 저소득 증빙을 해야만 지급해줘 신청을 꺼리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어릴 때 급식비 지원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이름을 불러 ‘부모님 서명을 받아와라’라고 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2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변함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저소득층 생리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이 대표는 “최근 기업과 협업해 화장실에 자판기를 설치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상복지 카드나 토큰 등을 이용해 생리대를 자판기에서 뽑아가게 하면 ‘가난’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도 생리대를 보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행복상자는 저소득층에 심리적 위안”
업드림코리아는 행복얼라이언스와 손을 잡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국내 결식 우려 아동에게 도시락 배송, 주거환경 개선, 학습 및 정서 지원 사업 등을 위해 86개 지방자치단체, 116개 기업, 50곳 이상의 사회적 기업과 협업한다. 지자체가 발굴한 결식 우려 아동에게 기업의 후원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송하는 ‘행복 두끼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업드림코리아는 ‘행복상자’ 배송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말에도 1만2000개의 상자를 배송한다. 행복상자에 들어갈 20억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한 기업은 산들산들을 비롯해 SK하이닉스, 위대한상상(요기요), SM엔터테인먼트,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인 행복나래 등 총 30곳이다.

업드림코리아가 행복얼라이언스의 물류 파트너가 된 건 이 대표가 ‘행복상자’의 의미에 깊게 공감해서다. 그는 “정부, 대기업, 소셜벤처(사회적기업) 등 3자가 연대해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활동이라 뜻깊다고 생각해 배송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복상자’는 지역의 다문화·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진숙 충남 당진 송악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우리 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높다”며 “비록 사용하면 없어지는 물품이지만 가정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행복나래 조민영 본부장은 “기업, 지역사회,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산들산들#착한 생리대#업드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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