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전봇대, 벽에 ‘이갈이’ 낙서한 30대 미국인…끝내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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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7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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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A 씨가 해놓은 그라피티. 용산경찰서 제공
미국인 A 씨가 해놓은 그라피티. 용산경찰서 제공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전봇대와 건물 등 100여 곳에 낙서를 한 30대 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미국 국적 30대 남성 A 씨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 용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주택 대문, 굴다리, 쓰레기통, 도로 노면, 전봇대, 상점 셔터 등 155곳에 이른바 ‘그라피티’라고 불리는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그는 용산 일대에 락카 스프레이 페인트와 특수 펜을 이용해 ‘이갈이’, ‘bruxism’, ‘brux’ 등의 낙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bruxism’은 미국 의학용어로 이갈이를 뜻한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낙서 신고를 접수한 후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의 동선을 추적했고, 결국 같은 날 용산구의 지인 집 근처에서 그를 검거했다. 또 검거 직후 출국 금지 조치도 내렸다.

미국인 A 씨가 해놓은 그라피티. 용산경찰서 제공
미국인 A 씨가 해놓은 그라피티. 용산경찰서 제공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에 입국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신을 ‘이갈이’라고 지칭하면서 낙서한 것을 사진과 영상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이를 많이 갈고, 이갈이는 심각한 질병이라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특수 약품을 이용해 낙서 50여 건을 지웠다고 한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A 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단독 범행인 점,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A 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로부터 여죄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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