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베풀며 살라” 가르친 50대 여성…5명에게 새생명 주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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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6일 0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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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권은영씨(51)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과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전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6일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권은영씨(51)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과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전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6일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권은영씨(51)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과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전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1일 운동을 하던 중 갑작스레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권씨는 지난 2021년 7월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고 가족에게 “죽으면 가지고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모든 것을 다 베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베푸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 ‘시아’를 딸의 이름에 담아 지을 정도로 늘 어려운 사람을 돕고 베푸는 삶을 살았다고 가족은 전했다. 가족은 이런 권씨의 평소 삶과 기증에 대한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에 동의했다.

권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도 기증했다. 인체조직기증은 1명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명에게 삶의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

기증자 권씨가 젊었을 때 아이를 안은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기증자 권씨가 젊었을 때 아이를 안은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인체조직기증이란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장막 같은 인체조직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권씨는 남과 나누는 삶을 좌우명으로 삼고, 언제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줬다.

아프리카 후원 및 연탄 나르기, 장애인 센터에 가서 책 읽어 주기 등 여러 봉사활동을 가족과 함께하며 가진 것을 나누면 희망이 되고, 나에게도 행복이 된다는 것을 실천했다고 한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권씨는 밝고 성실하며 창의적인 성격으로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대학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 개선에 열정을 보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 SDS 인사팀으로 근무 중 일본에서 연수를 하며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 1남 1녀를 두었다.

그의 딸 김시아씨는 “엄마가 나와 동현이에게 가르쳤던 ‘남들에게 베풀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마음 잘 간직할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걱정 너무 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삶 잘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기증원장은 “나에게 풍족한 것을 나누는 것도 힘들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나누고 가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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