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한 검찰이 해당 작품이 위작인데도 진품이라고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에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은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결론을 굽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계속돼왔다.
김 교수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작품 감정을 의뢰해 2015년 12월 진품일 확률이 ‘0.00002%’라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진품이 아니라는 작가 의견을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천 화백 명예를 훼손하고, 국회 등에 관련 문건을 허위로 작성·제출했다는 취지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면서 전시하는 등 공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수 측은 수사결과에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김 교수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9년 이번 소송을 냈다.
구체적으로는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고,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감정위원에게 알려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판사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교수 측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및 추가적인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재판부가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고, 저는 자식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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