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소아 거부 말라”…의사들 “채찍만 들면 되나”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1일 15시 01분


복지부, 각 시도에 응급소아 진료철저 공문
“의사 부족해 대 끊길 판…근본대책 없어”

보건당국이 최근 소아 응급환자 의료 공백을 막아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시도에 발송한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개선책 없이 환자 수용만을 강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소아 응급환자 진료와 관련해 각 시도에 ‘응급의료기관 24시간 진료체계 운영 철저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각 시도가 관할하는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공지해 달라는 것이다.

이 공문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 응급의료기관의 의무와 책무, 이를 위반할 경우 가해지는 행정처분 등이 담겼다.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시설·인력·장비를 유지 및 운영해야 하고, 공휴일과 야간에 당직응급의료종사자를 둬 응급환자를 언제든지 진료할 준비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알렸다.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24시간 응급환자 진료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재정지원 중단, 수가(진료비) 차감 등의 대상이 된다고 공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관의 책무를 안내해 드리는 동시에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를 너무 제한적으로 수용하지 말라고 응급의료기관에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할 적극적인 대책 마련 없이 정부가 의료기관에 의무와 책임만 지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소아과 전문의는 “소아 응급환자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 것”이라면서 “응급실에 입원시켜도 소아과 전공의, 전문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료가 어렵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채찍만 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B 소아과 전문의는 “어제도 당직을 서고 퇴근하는 길인데, 언제까지 야간 당직을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신생아 세부 전문의 대부분이 40~50대여서 신규 세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몇 년 후면 대가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 진료가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은 소아과 전공의 이탈이 맞다”면서도 “소아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의사)이 아닌, 의료기관에 책무를 준 것”이라면서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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