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父 죽여놓고 ‘아버지상’ 메모 우롱” 유가족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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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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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이 택시기사의 통장에서 이체한 내역.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기영이 택시기사의 통장에서 이체한 내역.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32)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데 대해 피해자 유가족이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살인범에게 사형 아닌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택시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A 씨는 지난 20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사나 재판에 누(累)가 될까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며 “재판 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0시 10분경 경기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이후 “지금 돈이 없으니 집에서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아파트로 유인해 살해했다. 닷새 뒤인 25일 여자친구가 고양이 사료를 찾다가 옷장 속 짐 아래에 있는 택시기사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A 씨는 이기영이 아버지인 척 카톡을 주고받았던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이기영은 택시기사 가족들에게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망자가 생겨 처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 A 씨는 “통화는 끝내 피하자 이상함을 느낀 어머니가 경찰서에 가자고 했다. 경찰서에서 택시 차량번호를 조회한 결과 교통사고 접수가 아예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영이 피해자 택시기사인 척 그의 아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온라인 커뮤니티
이기영이 피해자 택시기사인 척 그의 아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온라인 커뮤니티

A 씨에 따르면 이기영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휴대전화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하면서 ‘아버지상’이라고 메모했다. 그는 “남의 아버지 죽여놓고 사람 우롱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며 “너무 큰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지난 19일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는데,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고 명백히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이 있을 때 허용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인정하는 점, 유가족들을 위해 3000만 원 공탁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 결과를 들은 A 씨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가 작성한 탄원서에는 “재판부가 공탁한 사실을 참작해 양형 이유로 들었는데 공탁과 합의에 대해서 유족은 지속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며 “피해자가 받지 않은 공탁이 왜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한 사유가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는데, 정말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 뉴스1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 뉴스1

A 씨는 끝으로 “사형제도의 부활과 집행 혹은 대체 법안에 대해 건의하는 국민청원을 했다”며 “접수 처리 후 공개 청원이 됐을 때 의견을 보태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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