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과 서부산 학생들 공부시간
동부산-중부산 학생보다 크게 낮아… 학습량 차이가 동서 간 학력격차 불러
시교육청, 온라인 학습플랫폼 구축… 2025년까지 전 고교로 확대 계획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왼쪽에서 두 번째)이 28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균형 발전을 위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약
3100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벌인 설문 결과 학생들의 사설 교육기관 이용률과 하루 자습시간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 원도심과 서부산 학생들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동부산과 중부산 학생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의 격차는 기초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부산시교육청의 ‘교육 균형 발전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도심(서·동·중·영도구), 서부산(북·강서·사상·사하구) 초중등생의 사설 교육기관(학원) 이용률은 동부산(기장군·해운대구)과 중부산(금정·동래·부산진·연제·남구) 학생보다 낮았다.
시교육청이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달 벌인 설문 조사에는 부산의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등 3103명이 참여했다.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수영구는 응답 표본 수가 적어 분석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학기 중 사설 교육기관(학원) 이용률은 서부산과 원도심의 경우 각각 58%, 50%에 그쳤다. 반면 중부산(78%)과 동부산(74%)은 10명 중 7명 이상이 학원을 이용했다. 중학생의 학원 이용률도 동부산(90%)과 중부산(88%)이 원도심(86%)과 서부산(82%)보다 높았다.
고교생은 이와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서부산·원도심 고교생의 학원 이용률은 각각 83%와 73%로 동부산(71%)과 중부산(59%) 고교생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변용권 시교육청 교육국장은 “동·중부산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 학원을 통한 선행학습을 충분히 한 까닭에 고교 때는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학습(자습)하는 시간의 차이도 두 그룹 간에 크게 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기 중 3시간 이상 자습한다’고 응답한 이는 중부산과 동부산이 각각 13%와 10%였으나, 서부산과 원도심은 0%였다. 중학생은 중부산이 47%, 동부산이 29%를 보였으나 서부산과 원도심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고교생도 중학생과 비슷한 경향이었다.
이 같은 학습량의 차이가 두 그룹 학생 간 학력 차가 나는 요인이 됐다고 시교육청은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가 내놓은 ‘동서 간 학력격차 현황 보고’에 따르면 원도심·서부산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동·중부산의 학생보다 낮을뿐더러 그 격차는 점차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2016년부터 초중고교생 각 3000명의 성적을 추적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초등 4학년 때 동부산권 학생이 서부산권 학생보다 5.09점 높았던 수학 점수는 3년 뒤인 중1 때 14.14점까지 그 차이가 벌어졌다. 또 중1 때 8.06점 차가 났던 두 그룹 간 영어 점수는 고1 때 15.54점까지 커졌다.
하윤수 교육감은 “결국 학습 여건과 학습 시간의 차이가 지역별 교육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우선 원도심과 서부산 학생을 상대로 맞춤형 학습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대책으로 시교육청은 ‘부산형 인터넷 강의’의 시행을 꼽는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별 강사가 학생과 실시간 소통하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채팅창에 질문이 올라오면 보조강사가 곧바로 피드백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올 2학기부터 원도심과 서부산권 고교 1학년부터 강의에 나서고, 2025년에는 전 고교로 확대한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지역 학교에 카페형 학습공간도 조성한다. 하 교육감은 “지역 교육격차의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것은 부산에서 처음”이라며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보장해 부산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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