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금 갖고 튀었어” 수상한 승객 통화…택시 기사 신고로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4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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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금 갖고 튀었어. 3일째인데 안 잡혔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반경 대전 동구 용전동을 지나던 한 택시 안. 충북 청주시에서 A 씨(19)를 태우고 이곳까지 온 운전기사 B 씨는 차 안에서 A 씨의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던 A 씨의 통화 내용에 운전기사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운전기사는 때마침 A 씨가 “택시비가 없다. 지인으로부터 빌려 계좌로 송금해주겠다”고 하자, A 씨를 차 안에서 기다리도록 한 뒤 차 밖에서 112에 ‘수상하다’며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지구대로 데리고 온 뒤 때마침 배터리가 소진된 A 씨 휴대전화를 충전토록 한 뒤 시간을 끌며 충북 청주시와 충북 인근 지역에서 금은방 털이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했다.

결국 A 씨가 사흘 전인 27일 오후 6시 40분 경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금은방에서 발생한 절도범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검거했다. A 씨는 범행 당일 친구 2명과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현금팔찌와 금반지 등 1200만 원어치를 착용한 채 렌트카를 이용해 달아났다. 친구 2명은 5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으나 A 씨는 중간에 내려 경찰 수배를 받아왔었다.

경찰이 뒤늦게 확인한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조수석에 타고 있던 A 씨가 전화로 지인과 “나 금 들고 튀었어, 안 잡혔어. 지금 3일째인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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