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쿵쿵대는 윗집…보복 소음 냈더니 멱살잡이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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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항의도 해보고 그래도 아무 진전이 없을 때, 누구나 한번쯤 ‘당신도 얼마나 괴로운지 한번 당해봐라’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는 다양한 층간소음 보복용 도구를 찾을 수 있다. 간단한 고무망치에서 2~3만원대 우퍼 스피커, 설치도구까지 세트로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다.

보복소음은 ‘양날의 검’이다.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상대에 따라 더 큰 재보복이 들어오기도 한다. 보복이 갈등을 키워 폭력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다. 제3자를 통한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 보복소음 냈더니 싸움만 나고 나아진 것은 없어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에 12년째 거주하고 있는 50대 남성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파트 꼭대기 바로 아래층에 있습니다. 그동안 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행 살인 뉴스가 나오면 딴 세상 이야기인 줄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1년 전에 위층에 새 이웃이 이사온 뒤부터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창문을 끽하고 여닫는 소리, 시도 때도 없이 발 구르는 소리, 바닥을 치는 듯한 소리 등 이웃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전 위층에 살던 사람들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참다 참다가 인터폰을 통해 “너무 힘드니 조금만 주의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층간소음이 줄기는커녕 위층에서 보복이라도 하는 듯이 창문을 더 큰 소리가 나게 여닫고, 방문을 쾅! 닫습니다. 그러면서 위층 사람들은 “매트도 깔았다”며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내 집에서 이런 고통을 당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아내는 이제 위층에서 작은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고 합니다. 신경안정제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함께 눈물을 흘릴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도저히 억울해서 이렇게는 살수 없다 싶었습니다. 그 집에는 위층인 옥상에 올라가 똑같이 발로 쿵 쿵 뛰고, 막대기로 바닥을 내려쳐 보복 소음을 냈습니다. 그러다 위층 사람과 감정이 격해져 멱살잡이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10년 넘게 산 동네에서 이사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얼굴 붉히며 살아야할 지 답답합니다. 아파트 민원실 중재로 겨우 본인들은 주의하겠다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슬리퍼도 신지 않고 “수면 양말 신었으면 된 거 아니냐”는 안하무인식 태도는 여전합니다. 끽하는 문닫는 소리, 창문 여닫는 소리도 줄지 않고, 물건을 쾅쾅 놓는 소리, 발걸음 소리는 조금도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공동주택 층간소음 피해를 보복소음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자칫 보복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더 커지고 폭행 등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하고만 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층간소음 발생이 심각한 시간대에 아파트의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관리소 담당자를 집으로 오도록 합니다. 제3자가 소음을 직접 들어 소음의 심각성을 알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음을 녹음해서 위층에도 들려줍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관리소 민원 담당자를 통해 굽 높이가 최소 3cm 이상인 실내용 슬리퍼와 문 방지 키퍼를 전달하는 것도 좋습니다. 창문 여닫는 소리가 심하니 창틀에 윤활유를 뿌리도록 하는 것도 소음 저감에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위층에 설치된 매트 위치를 조정해보도록 요청하십시요. 거실에만 깔려 있다면 현관에서 안방으로 연결되는 통로와 부엌 부분에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하십시요. 층간소음 발소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이 부분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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