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60인데 PCR 검사 왜 안 해줘요”…바뀐 규정에 곳곳 실랑이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3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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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2.3/뉴스1 © News1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2.3/뉴스1 © News1
3일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선별진료소. 아내와 함께 선별진료소를 찾은 전창진씨(62)는 이날 만 60세 이상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가능하다는 보건소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가 올해 한국 나이로 60인데 직원이 “PCR 검사를 받으려면 만 60세, 한국 나이로 61세가 돼야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검사·치료 체계 전환 첫날인 3일 서울 도심 선별진료소에는 A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부러 선별진료소를 찾아왔다가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시민이 적지 않았고 일부는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PCR 검사만 고집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부터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외에 일반 감염 의심자는 신속항원검사나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에만 PCR 검사를 받는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2907명으로 이틀 연속 2만명대에 달해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서울광장 선별진료소 앞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파란색 방호복 입은 직원이 몰려오는 시민들에게 달라진 검사방법을 일일이 안내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 임시선별진료소에도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신속항원검사 대기줄은 PCR 검사줄보다 열배 이상 길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수백명이 서강대 광장을 한바퀴 돌아 긴 줄을 섰다. 반면 PCR검사를 받는 사람은 20~30명에 그쳤다.

전환 첫날인 만큼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권문환씨(28)는 “병원에서 검사방법이 달라졌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장 내 밀접 접촉자로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서울광장 진료소 보건소 직원은 “회사에서 PCR 검사를 받으라고 잘못 안내한 것 같다”며 “오늘부턴 일단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라고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과정도 두배로 복잡해졌다. 일반 감염 의심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후 천막에서 약 15분간 대기하다가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건소 직원 김모씨(50대)는 “신속항원검사의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기줄은 길고 검사는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내 임시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오전 접수가 마감됐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 뉴스1(구진욱 기자)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내 임시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오전 접수가 마감됐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 뉴스1(구진욱 기자)
오전 검사도 평소보다 일찍 마감됐다. 서울광장 진료소는 오전 11시쯤 신속항원검사 오전 대기줄이 마감됐다. 서강대 진료소 앞에는 그보다 20분 빠른 오전 10시40분쯤 ‘금일 오전 접수 마감’ 안내문이 붙었다.

두 진료소에서 직원들이 “오늘 오전 검사는 마감입니다” “기다려도 오후 1시가 돼야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자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출근길 감염이 걱정돼 오전부터 서둘러 서강대 진료소를 찾았다는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마감 안내판을 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라며 “검사를 못받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밀접 접촉자 가족 윤모씨(40대)도 “오전부터 마감이면 도대체 언제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말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가뜩이나 업무가 과중한 보건소 직원들은 자가검사키트 사용법과 PCR 검사 우선순위 대상을 일일이 안내하느라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서강대 진료소 직원 이모씨(40대)는 “실외 검사에서는 손이 알코올에 얼어 난로 앞에 서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도 불편하지만 우리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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