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스포츠교육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7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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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키워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콘텐츠와 문화가 주력 성장 동력이 됐지만 교육의 기여는 미미하다. 교육이 바뀌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간절함’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한국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현장에서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6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동아닷컴은 9회에 걸쳐 ‘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연재한다. 현장 교육전문가 9명이 필자로 나서 차기정부에 교육정책을 제안한다. 5일부터 17일까지(주말 제외) 이어지는 시리즈는 교육일반, 대학정책, 민관협업 등 3부로 구성 될 예정이다.》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롯된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스포츠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시대흐름에 맞는 스포츠교육은 ‘스포츠 가치 실천’이고 그 중심에는 ‘생태스포츠’가 있다. ‘생태스포츠’는 “스포츠도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생태스포츠’는 스포츠가 사회와 인간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존·다양성·연대·평등 등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가 생활에서 실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스포츠를 통해 건강증진과 운동기능 향상만이 아니라 승자의 배려, 패자의 승복, 공정한 심판의 중요성, 승리보다 아름다운 패배의 의미, 투쟁이 아닌 경쟁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시한다.

스포츠교육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 행동은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라는 코로나19의 교훈에서 비롯된 교육적 실천이다. 또한 ‘지·덕·체’ 교육에서 비롯된 진학위주의 교육을 ‘체·덕·지’로 변화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생태스포츠’가 체육교육의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한 제안을 한다.

‘생태스포츠’의 전제

첫째, 변화된 시각으로 스포츠교육을 바라보는 것이다. ‘스포츠를 위한 교육’에서 ‘스포츠를 통한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전자는 스포츠를 ‘프레임’으로 간주하지만 후자는 ‘프리즘’으로 여긴다. ‘프레임’으로 볼 때 스포츠는 스포츠 교육을 위한 수단과 도구에 불과하지만, ‘프리즘’으로 보면 스포츠는 세상과 연결하는 학습 내용이자 교육 방법이 된다.

둘째, 스포츠를 문화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스포츠교육의 방향이 참여 확대를 중시하는 ‘스포츠의 대중화’였다면, 앞으로는 스포츠의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는 ‘대중의 스포츠화’로 전환돼야 한다.

건강권 강화


‘생태스포츠’ 구체화의 첫 번째 방안으로 사람 중심, 공동체 중심의 생태 지향적 삶의 구현이 필요하다. 진단-처방-교육·상담-관리의 선순환 체계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건강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권 확보는 학생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누려야 할 권리이자 교육의 책무이다. 또 보편적 복지와 출발선 평등 구현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 활용 및 리터러시 역량 강화


코로나19는 비대면 스포츠교육의 기술적 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에 기반을 둔 체육교육이 발전하려면 △디지털 역량의 온·오프라인 연계 융합수업 △데이터 기반 학생 개별 맞춤형 교수학습·평가 △스포츠교육 융합콘텐츠 개발과 이를 활용한 창의적 체험활동 및 범교과 주제 융합수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스포츠교육의 대전환에 정부와 교육청의 관심과 지원은 필수다.

학교체육-생활체육-평생체육 연계 시스템 구축


생애 단계별 스포츠활동 및 신체활동을 데이터로 기록·누적·관리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생 건강검사(신체발달상황, 건강조사, 건강검진)와 체력 정보는 기본이다. 여기에 학교 밖 신체활동 및 체육활동 데이터를 유아에서 성인까지 체계적으로 누적 관리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하여 개인별 보험료를 산정하는 데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비용 절감의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체육계열 입시뿐 아니라 상급학교 입학자격부여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범적으로 경찰대학, 사관학교 입학자격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 진로교육 활성화


스포츠를 통한 진로교육은 ‘스포츠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학생선수에게는 운동학습만이 아니라 교과학습과 다양한 학습경험이 필요하다. 학생 선수들 대부분은 스포츠 엘리트를 원하지만 꿈을 이루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선수 경력을 가진 학생들 가운데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중앙대 학교체육연구소 조사) 이는 진로교육 부재에 기인한다.

스포츠 진로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중심에서 직업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스포츠창업 등 스포츠 창직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스포츠와 다른 분야와의 융합적 시도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일자리 창출로 체육진로직업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 스포츠 진로교육은 일반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진로교육’으로 다가가 전인교육의 주요 영역이 돼야 한다.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졸업, 서울대 스포츠교육학 석사, 한국체육진로교육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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