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와 함께 온 ‘심야 택시대란’… “호출앱 3개 써도 안잡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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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술집 통금 풀리자 택시잡기 전쟁

3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종각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1일 ‘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24시간 가능해지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3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종각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1일 ‘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24시간 가능해지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번이 7번째 배차 실패네요.”

4일 0시 서울 을지로3가역 부근에서 경기 구리시까지 가는 택시를 잡던 대학생 김모 씨(23)는 기자에게 스마트폰에 뜬 화면을 보여주며 “택시 앱으로 20분째 호출을 하고 있는데 돌아올 때 태울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계속 안 잡힌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 시각 서울 종로구 무교동사거리에서 종로구청까지 이어진 100m 구간 거리에도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 20여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T, 타다 등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이 켜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시 허공으로 눈을 돌리기를 반복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집이 성북구 쪽인데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택시가 전혀 잡히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모 씨(34)는 “택시 호출 앱 3개를 동원한 끝에 15분 거리에 있는 택시를 잡는 데 겨우 성공했다. 택시 잡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택시를 잡지 못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차도로 내려와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짓을 했다. 수십 분이 지나도록 택시를 잡지 못해 인도에 주저앉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시민도 있었다. 오전 1시가 넘어가도록 택시를 잡지 못한 몇몇 직장인들은 “어차피 몇 시간 뒤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회사 앞에서 자는 게 낫다”며 광화문 인근 호텔이나 모텔로 향했다.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조치 시행으로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24시간 가능해지면서 심야 시간대 ‘택시 대란’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이 10명까지 늘어나는 등 거리 두기가 완화되자 각종 모임과 회식이 크게 늘어 심야 시간대 귀가하려는 택시 승객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타다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평균 택시 호출 건수는 전주와 비교해 약 85% 늘었다. 특히 0시부터 오전 1시 사이 택시 호출 건수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목요일인 4일 오전 1∼2시의 호출 건수는 지난달 28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9배 가까이 폭증했다. 1∼3일 타다 앱 신규 가입자도 37% 증가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오후 10시에 호출이 집중적으로 몰렸는데 지금은 호출이 전반적으로 분산되는 가운데 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택시 운전사들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반기고 있다. 택시 운전사 이용호 씨(5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후 10시가 지나면 손님이 뚝 끊겨 원치 않게 일찍 퇴근해야 했는데 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오전 3시까지 운행해도 중간에 손님이 없는 때가 거의 없다”고 했다. 50대 택시 운전사 A 씨는 “첫날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호출을 받는 휴대전화 화면이 잠시 멈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20, 30대 직장인들은 특히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증권회사를 다니는 강모 씨(28)는 “위드 코로나 시작과 함께 밀렸던 회식이 연달아 잡혀 사흘째 0시 반쯤 귀가하고 있는데 택시가 너무 잡히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25)는 “4일 0시 택시가 30분 넘게 잡히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동료와 인근 음식점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2시 반경에야 겨우 택시를 잡고 귀가했다. 집에 가는 데 2시간 반이 소요된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위드코로나#심야 택시대란#통금#심야귀가#배차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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