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공지천변, 밤10시 이후 거대한 술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벽까지 북적 의암공원 가보니

26일 밤 강원 춘천시 공지천변의 의암공원이 술판으로 변했다. 춘천시는 음주를 막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 공원 내 가로등을 소등하고 있지만 랜턴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미리 준비한 이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6일 밤 강원 춘천시 공지천변의 의암공원이 술판으로 변했다. 춘천시는 음주를 막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 공원 내 가로등을 소등하고 있지만 랜턴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미리 준비한 이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6일 오후 10시경 강원 춘천시 공지천변 의암공원은 삼삼오오 몰려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잔디밭에는 50여 무리들이 거리를 두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자녀와 함께 온 가족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늦은 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원을 찾는 20대의 발길은 늘어났다. 춘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적용된다. 식당과 카페 영업은 오후 10시까지, 사적 모임 인원은 4명까지 제한하고 있다.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식당이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이들이 2, 3차를 위해 하나둘 의암공원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의암공원의 술판은 오후 11시가 넘어서면서 절정을 이뤘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무리는 80여 개로 늘어났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예사고, 곳곳에서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다.

공원에 인접한 편의점은 밤 12시를 넘어서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주말과 휴일이면 밤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며 “자정 넘어서도 시끌벅적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암공원은 코로나19 위기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술과 안주를 먹느라 마스크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초과한 일행도 상당수였다.

의암공원을 찾은 대학생 김모 씨(23)는 “업소 안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보다 야외에서 거리를 둔 채 있으면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규제 중심 방역수칙에 문제가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춘천시는 지난달 27일부터 금·토요일 도시공원 내 방역수칙 위반사항에 대해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음주, 취식 행위를 단속할 근거가 없어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만 계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춘천시에 따르면 추석 연휴까지의 계도 건수는 총 254건이고 과태료 부과는 단 1건도 없다.

춘천시 관계자는 “1차 계도 후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해도 시민들이 도망가거나 일행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어렵다”며 “술판을 막기 위해 24일부터 오후 10시 이후에는 공원 내 가로등을 소등하지만 시민들이 랜턴을 준비하거나 휴대전화 손전등을 사용해 허사였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7일 오전 6시경 다시 찾은 의암공원에는 전날 술판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술병과 비닐봉지, 음식찌꺼기, 담배꽁초 등 쓰레기들이 잔디밭 위에 널려 있었고, 화장실 앞에도 쓰레기가 수북했다.

산책을 하던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이모 씨(50·여)는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시기인데 야외 술판에 쓰레기 투기까지 이어지니 방역수칙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공원도 심야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공지천변#의암공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