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가짜가 대세?…‘버추얼 인플루언서’ 진짜 뜰까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7-10 21:00수정 2021-07-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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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겨냥, 광고업계 가상 인간 활용 늘어
이케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 인스타그램
영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일본의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 아이돌급 미모와 몸매를 자랑한 ‘이마’는 8일 기준 34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유한 인기 인플루언서다.

평소 그는 애완견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영락없는 ‘20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화보 현장도 공유해 팬층과 활발히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는 실제 여성이 아닌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서 기획한 가상 인간으로 밝혀졌다.

하라주쿠의 이케아 매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하고 청소하는 이마의 일상. 유튜브

지난해 8월 이케아는 일본 도쿄 매장을 내면서 가상 인간 이마를 모델로 발탁했던 것이다. 이케아는 하라주쿠에 있는 이케아 매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하고 청소하는 이마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가상 모델을 이용해 어떻게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이 방법으로만 연 매출 7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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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연일 화제의 중심이다.

신한라이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왼쪽)와 LG전자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김래아. 인스타그램

앞서 신한라이프 광고에서는 ‘로지(ROZZY)’라는 22세 미모의 여성이 춤을 추며 등장해 이목을 끌곤 했다.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누리꾼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내 ‘버추얼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지난해 LG전자의 ‘김래아’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PC 시대→모바일 SNS 상호작용이 성공 요인
“말하기 전에 (가상 인간인지) 몰랐다”, “모델이 예뻐서 관심이 갔는데, 그래픽이라고?” 등 진짜 같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오랜 기간 SNS를 통해 쌓은 높은 팬층 덕에 ‘보기 힘든 연예인’과 비슷한 존재로 이질감 없이 인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비싼 ‘빅모델’ 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업 측 입장이다. 가상 인간은 사생활 문제도 없고, 여권도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기업이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랜드가 욕심을 내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사는 그럴싸한 전체 가상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다. 내러티브에 따라 시간을 투자 하도록 가상세계를 설계해 소비자의 관심을 더 오랫동안 사로잡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대중문화평론가들 역시 이 현상을 ‘글로벌 융합적인 발판’으로 삼아 다양한 사업화가 진행될 것이라 예측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상 현실에 익숙한) MZ 세대를 겨냥한 소비재 광고에서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빅모델’을 써온 품목(보험상품, 건강식품, 자동차 등)의 광고에는 진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단순한 일방적인 콘텐츠를 소구하던 PC 시대(과거)와 달리 모바일 시대인 현재에서는 SNS과 연계해 대중과 상호작용을 이룬다는 점이 성공 전략”이라며 “이 계기로 (가상과 현실의) 융합적인 세계가 만들어져 특히 가상현실에 많이 노출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남용 위험, 휘발성의 한계 고민해야
반면 윤리적인 문제를 삼는 여론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버추얼 인플루언서’도 결국 데이터로 형성한 가상 인간이기 때문에 오남용의 위험성이 크다. 특정인의 얼굴이나 신체를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은 90%가 음란물에 활용되고 있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범죄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AI 챗봇 ‘이루다’ 사건이 바로 예시다. ‘이루다’ 챗봇은 스무 살 여자 대학생으로 설정돼 친근한 말투로 3주 만에 80만 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서비스 과정에서 소수자 차별 발언이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 논란이 생겼고 이루다를 향한 일부 이용자들의 ‘성희롱’ 발언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해당 챗봇은 출시 한 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또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짧은 수명과 활용법의 한계점도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오히려 장기간 제작되는 영화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영화의 흐름이 끊기게 되고 제작비용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현재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휘발성 영상인 광고나 뮤직비디오에만 활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연예인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가상 인간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앞서 게임 업계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해 ‘디지털 액터’에 도전한 바 있다. ‘디지털 액터’란 최첨단 기술 기반에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가상의 배우다. 이런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요구도 높아지면서, 앞으로 ‘가상 인간’은 미래 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이 가상 인간에게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약 8조 9280억 원)에서 2022년 150억 달러(약 16조 7400억 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17년 20억 달러(약 2조 2413억 원)에서 지난해 100억 달러(약 11조 1570억 원) 규모로 커졌다는 글로벌 마케팅 리포트도 내놓은 바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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