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에 ‘정원미달 쓰나미’… 국립대 무상교육으로 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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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인터뷰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지방국립대를 살리려면 조속히 국립대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직접교육비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경상국립대 제공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지방국립대를 살리려면 조속히 국립대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직접교육비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경상국립대 제공
“국립대에 6000억 원도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면서 ‘지방대 살리기’를 논한다는 건 허구입니다. 대통령과 교육부총리가 결심한 뒤 국·공립대와 함께 기획재정부, 국회를 설득하면 해결됩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62)은 2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학의 위기, 특히 꺼져가는 지역 국립대 ‘목숨’을 연명하려면 국립대부터 등록금 전액 지원, 비대면 강의 및 교육의 질 향상에 3000억 원씩 모두 600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학생에게 주고 있는 정부 장학금에다 3000억∼3300억 원만 추가하면 국립대 무상교육(등록금 면제)에 어려움이 없다는 게 권 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2021년도 교육부 예산 76조 원 중 고등교육 예산은 11조 원이다. 지출 비율을 조정하면 6000억 원 확보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우수 학생의 지방국립대 진학과 산학관의 협업을 통한 우수인재 양성, 졸업 뒤 지역 업체 취업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지자체 협력이 필수다. 경상남도도 경상국립대가 총괄대학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의 수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경력과 특유의 논리로 ‘국가거점국립대학 발전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권 총장을 만나 지방 국공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 현안, 경상국립대 비전 등을 들어봤다.

―현재 지방대 상황은 어떤가.

“2021년 신입생 모집이 끝난 뒤 한마디로 지방대에 정원미달 ‘쓰나미’가 몰려왔다. 사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권이던 지역 중심 국립대는 물론이고 국가거점국립대도 위기를 면하지 못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급감, 수도권 집중으로 촉발된 대학 위기, 나아가 지역소멸과 지속가능 국가발전의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

―국립대만 무상교육을 한다면 불공정하단 의견도 있다.

“특성화와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 지방대는 무상교육과 관계없이 문을 닫게 된다. 오히려 국가거점 국립대를 지원함으로써 수도권 사립대와 경쟁하고 회생 가능한 지방 사립대에 기초교양 강의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도권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대를 지원하는 것이 정답이다.”

권 총장은 “대학 위기는 지역 위기이며, 지역 위기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속가능 국가발전의 위기다. 대학이 없어지면 지역경제가 황폐화되고 지역 공동체마저 붕괴된다. 그래서 국립대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 무상교육을 하면 지방대가 살아날까.

“물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지방대의 철저한 자기혁신과 구조개혁,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모집의 제한, 대학의 역할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 115% 이상인 수도권 대학의 충원율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외국인 유학생, 편입생 수를 정원 내로 제한해야 한다. 그 부분만큼 사립대는 등록금 자율화, 국립대는 재정지원을 하면 된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예산과 고등교육 예산의 편차가 심하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비교과 과정에 주로 투자되는 사업비 외에 ‘직접교육비’를 대폭 올려야 한다. 현재 지원하고 있는 국립대 육성사업이나 대학혁신 지원 사업비를 증액시키지 않고 절반만 자율화해도 가능하다. 비정규 교과과정의 사업비가 정규 교과과정의 교육비보다 많은, 황당한 상황이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령(學齡)인구 감소를 극복할 대안은 있나.

“대학의 새로운 역할 모색, 외국인 유학생 유치, 대학원 정원 확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구조개혁,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학사구조 운영 등이 있다.”

권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 비대면 교육 일상화, 4차 산업혁명 등이 고등교육의 형태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교육 수요자 욕구를 충족하면서 교수자의 확실한 역할이 주어지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대학이 미래 고등교육을 이끌어간다는 설명이다.

―경상국립대의 탄생 배경과 성공 요인은….

“2017년 경남과학기술대와 국가거점 국립대인 경상대는 평가 지표상 상당히 어려웠다. 몇 년 안에 100% 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이 주효했다. 일부 교수나 직원, 조교, 동문, 학생의 반대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간담회와 투표를 거쳐 마침내 3월 1일 경상국립대가 출범했다. 통합의 시너지를 위해 지금부터 실질적 구조개혁에 들어가야 한다. 통합 논의를 시작한 전임 총장들과 구성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통합 이후 현안, 그리고 지역 연계 사업은….

“우선 법적으로 통합을 완수했지만 구조개혁은 진행 중이다. 유사 단과대학 및 학과의 통폐합, 지역과 시대에 맞는 학과 신설이 요구된다. 경남의 미래 전략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것도 과제다. 예를 들자면 드론 산업이 있다. 진주 유등축제의 수상 유등과 연관해 발광다이오드(LED)를 부착한 하늘유등 같은 엔터테인먼트용 드론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산업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전남대와 함께 지방대 위기 극복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교양,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입시에서 경상국립대 통영캠퍼스, 전남대 여수캠퍼스는 모두 정원 미달이었다. 해양수산계 대학,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양 말단, 이순신, 임진왜란 같은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한 공통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교양·평생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학생과 일반인이 전국에서 몰려오면 캠퍼스의 정주 여건 향상, 지방대 위기 극복, 관광산업 및 해양스포츠산업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국가거점 국립대들은 학사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있어 이번 여름방학 때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권 총장은 경상대 총장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다만 재선에선 임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이 두 번째 총장직 수행인 셈이다. 4년간의 ‘무관(無冠)의 시기’를 정약용 선생의 귀양살이에 비유한 권 총장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였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좀 더 성숙하게 됐다”며 “경남도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의 초석을 다진 총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도민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방대 정원미달#국립대#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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