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혼밥 직장인, 배달만 하는 식당… “자발적 3단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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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민들 ‘셀프 거리두기 격상’ 확산
식당-카페들은 임시 휴업 늘어… “가족-고객 위해 감염 확산 막아야”

“요즘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라 생각하고 생활해요.”

직장인 김모 씨(29)는 14일경부터 출근 때 도시락을 쌌다. 평소 동료와 구내식당이나 주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는 뒤론 ‘혼밥’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김 씨는 동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는다. 필요한 대화도 마스크 쓰고 거리를 둔 채 나눈다. 김 씨는 “별스러운 게 아니다. 동료들도 서로를 위해 비슷한 방식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을 넘나들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시행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3단계에 버금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에 나와도 재택과 다름없이 근무하는 직장인이 늘었고, 영업이 가능해도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의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5)는 1, 2주 전부터 점심때면 팀원들과 도시락을 주문한다. 물론 음식이 오면 따로 먹는다. 이 씨는 “요즘엔 배달을 많이 시켜서인지 대기 시간이 엄청 길어졌다. 기다리기 힘들어 집에서 싸오거나 출근길에 사오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기업도 순환·재택근무를 늘려 가는 추세다. 지금까진 대기업 위주였지만, 최근 중소업체도 안전을 위해 참여하는 모양새다. 13일 한국은행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특히 중견기업(64.6%)과 중소기업(44.1%)의 참여율이 증가했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 영업을 중단하거나 포장·배달만 주문받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부산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지만 당분간 휴업을 결정했다. 김 씨는 “나름대로 꼼꼼히 방역수칙을 지키지만 어떤 경로로 감염될는지 알 수 없지 않냐”며 “내 가족과 고객을 위해서도 잠깐 쉬는 게 옳다고 봤다”고 했다. 강원 강릉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탁모 씨(43)는 방문 고객은 받지 않고 포장만 해주고 있다.

물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처지도 여전히 많다. 서울 용산에서 식당을 하는 B 씨(48)는 “마음이야 휴업하고 싶지만 임차료가 나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정모 씨(37)는 “중소업체들은 대체인력을 찾기 힘들어 재택근무가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전채은 기자
#혼밥#직장인#배달#자발적 3단계#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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