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발전 성공하려면 지역산업 특화-물류시설 확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가균형발전위원장-부울경 전문가 방담

정부가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연합, 행정통합 등 다양한 방법이 제기되는 가운데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남권 균형발전 3자 대담이 열렸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운데)과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의장(왼쪽),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역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정부가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연합, 행정통합 등 다양한 방법이 제기되는 가운데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동남권 균형발전 3자 대담이 열렸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운데)과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의장(왼쪽),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역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정부가 지난달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장시킨 ‘지역균형 뉴딜’ 발표에서 7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에 투입되는 160조 원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혜가 예상되는 비수도권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은 인구 800만 명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해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 간 행정통합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정부가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지역균형 뉴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동남권은 수도권 다음으로 큰 경제권인데 기대감이 클 것 같다.

허 회장=부울경 인구가 800만 명에서 조금 줄었다. 젊은 사람들이 서울 등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가 2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수도권에 너무 집중화돼 있다. 부울경에 동남권 메가시티가 생기고 호남 등에도 그런 경제·생활공동체가 생겨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각 지역에 공공기관을 배치한 건 출발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 발전 효과가 컸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8년간 수도권 인구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다른 나라들도 수도권 집중이 있지만 심각성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수도권 집중은 일본이 34%, 유럽에서 높은 편인 프랑스가 18% 수준인 반면 한국은 50%가 넘는다. 혁신도시 10개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세종시를 행정복합도시로 만든 비용이 12조 원쯤 된다.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을 위해 75조 원 이상을 쓸 계획이다. 비교해 보면 규모가 엄청나다.

전 위원장=(미국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를 살려낸) 톰 머피 전 시장은 기업 유치에 집중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찾는 도시를 조성하니 기업들이 따라왔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대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지역균형 뉴딜에는 대학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각 지역 대학들이다. 부울경 대학들은 그 지역 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그린 뉴딜에서 성과를 내려면 각 대학의 지역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은 도시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좋은 대학이 자리 잡으면 젊은이들이 몰리고, 이들 젊은이를 모으려는 스타트업 벤처들이 오고, 스타트업 벤처가 있으면 대기업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지역은 행정통합을, 어떤 지역은 느슨한 형태의 연합을 얘기한다. 도로 철도 공항 같은 인프라도 경제·생활공동체 구상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허 회장=사회간접자본은 부울경에만 중요한 게 아니다. 동해안 서해안에도 물류 핵심 역할을 하는 기간 항구가 있어야 한다. 부산항과 인천항에만 의존하다 보니 물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겪었다. 같은 논리로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이 수도권에만 있는 것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90%를 인천국제공항에서 하고 있는데 부산 비중은 2, 3%에 불과하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 항공화물을 운송하게 되면 삼성전자 SK LG 같은 대기업들이 부산에 올 것이다. 대기업이 부산에 오지 못하는 것은 물류 문제 때문이다.

전 위원장=(제대로 된) 공항이 없으면 부산이 글로벌 도시가 되기 어렵다. 부산공항은 (군사공항과 같이 있어)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작동을 안 한다. 고속도로에서 7시간 동안 차를 못 다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공항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화시대이니 비행기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권역별로 큰 공항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에 5개 국제공항이 있는데 말만 국제공항이지 규모가 크지 않다. (국내 공항들을 보면) 민간공항이 군사공항과 같이 있는데 그것부터 분리해야 발전 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 (경제·생활공동체와 관련해) 지역마다 다르게 설정해 접근하고 있다.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안한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력이 스스로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도와주면 잘될 것이라고 본다.

―지역산업과 지역대학이 같이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위원장=지역대학과 거점대학들이 그 지역에 특화된 산업이나 지역기업들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부산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국내외 6곳에 공장을 가진,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회사는 서울 강남에 박사 300명이 일하는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 회사 회장에게 ‘왜 서울에 세웠느냐’고 물어보니 ‘대구에선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경북대 정도 되는 대학들이 자동차공학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특화하지 않고 기계공학과 하나로 버틴다. 우리나라 지역거점 대학들의 현주소다.

허 회장=(2018년) 부산상의 회장이 된 뒤 미국 보잉의 기술연구소가 한국에 온다는 계획을 듣고 부산에 유치하려고 서울에서 보잉 관계자를 만났다. 부산에 오면 좋은 위치에 땅도 주고 부산시와 잘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딱 잘라 거절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에는 인재가 쌓였는데 부산에 가서는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서울에 빼앗겼다. 도시의 규모가 커져야 대학도 살아남을 수 있고 지역산업이 발달해야 지역대학도 같이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인들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균형위도 그 필요성을 공감해 최근 규제혁신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들었다. 동남권 발전을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가 있다면….

허 회장=기업이 돈을 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10개를 만들면 10억 원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지속적이고 거기에 딸린 식구들이 먹고살 수 있다.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일거리가 있으려면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가 중국 제품과 비교해 품질 면에서 더 좋다고 자부하지만 가격은 맞추지 못한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법을 만들면 기업을 규제하는 것밖에 없다. 차라리 국회에서 법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균형위원회에 6개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이번에 규제혁신전문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할 때 수도권과는 다르게 규제를 완화하고, 없애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놔두고 비수도권에만 혜택을 주려 한다.

전 위원장=법이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안 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법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리더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 또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 텐데 지방대학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 대학의 비중이 40%라면 특별법을 통해 30%까지 줄여야 한다.

김 위원장=지역이 잘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기업이 정착하는 것이다. 대학은 젊은이들을 키워 그 지역에서 살도록 해주는 공급처와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이유는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하는 것보다 부산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야 부산에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규제를 혁신하려고 한다. 법인세 등 기업하면서 내는 세금들을 수도권과는 다르게 낮추는 방안도 선진국들이 연구하고 있다. 그게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동남권#발전#성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