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만에 서울-충청 ‘나쁨’… ‘초미세먼지 습격’시작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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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교통량 줄고 비도 잦아
올 상반기 이례적으로 농도 낮아
전문가 “中 대기오염물질 증가 추세… 서풍 타고 한반도 유입 늘듯”


한동안 잠잠하던 초미세먼지(PM2.5)가 다시 찾아온다. 20일 서울과 경기 남부, 충청 지역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나쁨은 m³당 36∼7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해당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올라가는 건 7월 2일 이후 110일 만이다. 특히 이번 겨울 초미세먼지 상황이 심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9일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 있는 고기압이 한반도로 다가오면서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돼 20일 중서부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19일 오후부터 수도권 공기가 탁해지면서 시간당 농도가 올라갔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시흥시 93μg, 서울 서초구 70μg까지 치솟았다. 이번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20일 오후 동풍이 불며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기상국에 따르면 19일 산둥반도 위쪽에 위치한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등에 경도(輕度·3급)∼중도(中度·4급) 수준의 대기오염이 발생했다. 중국 ‘대기질지수(AQI)’는 가장 양호한 1급부터 가장 심각한 6급까지로 나뉜다. 중도는 호흡기 질환이 있는 노약자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하는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다. 1∼9월 전국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8μg.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24μg)과 비교하면 25% 낮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통량 및 경제활동 감소, 평년보다 늘어난 비와 바람, 지난해 12월 도입한 계절관리제의 영향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기상 상황은 모두 이례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거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면 다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봄까지는 줄었지만 현재는 다시 늘어난 상태”라며 “서풍이 많이 부는 11월부터는 다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시행하는 계절관리제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대기오염은 다소 줄일 수 있다. 계절관리제에는 석탄발전소 가동, 대형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등을 줄이는 정책들이 들어 있다. 올 5월 국립환경과학원은 계절관리제로 국내 오염물질 배출을 20% 가까이 줄였더니 중국발 오염물질이 유사하게 들어와도 기존에 ‘매우 나쁨’까지 치솟았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완화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국내 배출 오염물질과 국외 유입 오염물질이 만난 상태에서 대기 정체가 발생할 때 일어난다.

한편 이번 겨울에는 북극발 찬 공기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기상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겨울에는 북극의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예년보다 자주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강풍을 동반해 초미세먼지를 밀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초미세먼지#대기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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