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아들, 文대통령 편지에 “예상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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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4일 13시 42분


“예상되는 내용이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47)의 고교생 아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답신을 받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이 씨의 형 이래진 씨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유족들은 해경이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통령의 편지에 일말의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이래진 씨는 “사실 이 편지가 기대가 됐다. 편지를 오픈하기 전에 20~30분 전에 대통령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기다렸다가 개봉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용은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던 유감의 표시에 다 들어 있는 게 지금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겠다’고 하셨다. 이 부분을 저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이 군은 최근 문 대통령에게 자필편지를 보냈고 편지 내용은 이달 5일 공개됐다. 이 군은 편지에서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 편지(이래진씨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 편지(이래진씨 제공)ⓒ 뉴스1
문 대통령은 답신을 통해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면서 “깊은 위로 마음 전한다”고 적었다. 이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조사해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래진 씨는 “억울한 동생의 죽음에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확인 사살까지 했던 북한의 무자비한 만행으로 영원히 대한민국 조국의 품을 떠났다”면서 “지키지 못했고, 살리지 않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던 골든타임은 어디로 보내놓고 그 책임을 동생과 저희 가족에게 떠넘기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씨는 “(동료) 선원들에게 월북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전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며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고인과 함께 탔었던 선원 9명의 진술 조서를 해경에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도 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해수부 조사 당시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해경에 말한 진술 내용과 비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며 “만약 (해경의) 진술 조사가 공개되면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월북이라고 발표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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