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檢중간 간부 인사 단행…尹총장 측근 대부분 좌천성 발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20시 13분


코멘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고기영 차관. 2020.8.27/뉴스1 © News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고기영 차관. 2020.8.27/뉴스1 © News1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은 완전히 해체됐다고 말해도 된다.”

27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내용에 대해 한 감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윤 총장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고위 간부와 중간간부 인사를 각각 두 차례씩 하면서 윤 총장과 가깝거나 우호적인 검사들이 대부분이 주요 보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근무연이 있는 검사들이 검찰 내 선호 보직인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으로 이동하거나 승진해 그 자리를 메웠다.

● 추미애-이성윤으로 무게중심 완전 이동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수 검사 등을 적극 발탁했다.” 법무부는 차장·부장검사급 585명과 일반검사 45명 등 총 630명에 대한 인사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옛 특별수사부 중심의 ‘윤석열 사단’이 완전히 제거되고, 그 자리를 추 장관과 이 지검장 등이 발탁한 검사들로 채웠다고 보고 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1~4차장검사가 대표적이다.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김욱준 4차장검사는 최선임 차장검사인 1차장검사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3차장검사로 각각 영전했다.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도 모두 승진했다.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육탄전을 벌여 물의를 빚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정광수 부부장검사는 영동지청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특히 정 부장검사는 독직 폭행 혐의로 고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고검의 검찰을 받고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승진했다. 정 부장검사의 승진 이유를 법무부는 2017년 그가 상반기 우수 형사부장으로 선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추 장관이 역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사건에서 윤 총장과는 맞서고, 이 지검장의 의지대로 수사를 강행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수사를 담당할 서울동부지검 차장에는 김양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이 지검장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누설 의혹을 수사할 서울북부지검 차장에는 김형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이 각각 이동한다.

● 윤 총장, 인사내용 보고 받고 불쾌감 표시


윤 총장은 인사 내용을 서류를 보고 받은 뒤 앞부분만을 보고 곧바로 덮었다고 한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공식화, 문서화해 의견 정취 절차를 내실있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대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수사를 한 검사들은 대부분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윤 총장의 입’이었던 권순정 대검 대변인은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됐다. 법무부와 대검의 가교 역할을 맡았던 대검 박현철 정책기획과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의 이정섭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해온 조상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장을 맡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긴다.

한편 추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김우석 정읍지청장, 이선욱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이 이날 사의를 밝혔다. 7개월 동안 공석이던 법무부 인권국장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이상갑 변호사가 임용됐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